부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예금인출 사태, 뱅크런(bank run)이 우려되자 유동성 공급을 이한 자금 마련 방안이 논란되고 있다. 첫 번째는 예금보험공사에 공동계정을 만드는 방안이다. 은행 보험 등 6개 금융 권역별로 모아놓은 예금보험기금의 절반으로 공동계정을 만들어 필요시 권역에 상관없이 사용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공동계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공적자금으로 저축은행을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다.
예보기금 공동계정 사용을
지금 저축은행 부실을 막고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공동계정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선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역의 영업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거나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내의 경쟁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각국은 물론 우리도 권역별 구분을 철폐하는 정책을 사용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 권역별로 기금을 마련해서 각 권역에만 사용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금융권역의 구분을 없애고 있는 뜻과 부합되지 않는다. 영국 등 금융 선진국도 이러한 취지에서 공동계정을 만들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권역별로 모아놓은 기금만으로는 지금의 금융시스템 불안을 막기에 힘이 부친다. 각 금융권의 자금 모집 및 운용 규모는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 그리고 예금보험에서 책임지는 한도도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 비해 다른 선진국보다 늦게 예금보험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충분한 예금보험기금이 적립되어 있지 않다. 필요시 공동계정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권에서 발생한 부실에 대해서는 먼저 금융권에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금융권에서 발생한 문제를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또 다른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우리 금융권은 실물부문에 비해 더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혜택을 받아왔다. 제조업과 달리 금융회사의 방만한 경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해도 금융시스템의 혼란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금융권에서 발생한 문제는 먼저 금융권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그 다음에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공동계정 도입으로 금융권역내에서 발생하는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는 저축은행의 예금보험 부담금을 높이거나 대출규모를 줄이는 방법으로 보완하면 해소할 수 있다.
서민금융 역할 충실하도록
저축은행의 부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저축은행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을 위해 만들어졌는데도 너무 과도하게 예금을 받도록 허용한 데 있다. 저축은행은 과도한 예수금을 운용하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같은 위험한 대출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먼저 저축은행의 예금보장 한도와 대출 한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고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예금이자율 상한을 낮추고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동시에 건전도가 낮은 저축은행에는 높은 예금보험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 저축은행 부실의 근본원인을 해소시켜야 본래의 기능인 서민금융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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