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영림中·호반初 교장 임용 거부"정책마다 제동" 서울·강원교육청 등 강력 반발1심까지 최소 6개월… 학교 운영 파행 불보듯
관심을 모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평교사 출신 교장 탄생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제동을 걸면서 사사건건 대립해오던 교과부와 진보 교육감진영 간의 대립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전교조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양 진영 간 갈등은 법정으로 옮겨질 전망이다. 소송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신임 교장 임용을 놓고 학교 안팎의 갈등 고조와 파행적인 학사 운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육 자치냐, 절차 공정성이냐
이번에 문제가 된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원래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제도다. 2005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 장관은 단위학교 자율성 확대와 지방교육자치 내실화를 명분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 입법을 주도했다. 2008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하면서도 "대통령이 가진 교장 임용권을 시도교육감에게 위임한다"는 '4ㆍ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렇듯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필요성에는 교과부나 일선 교육청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전국 6개 시ㆍ도에서 소위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23일 교과부는 서울 영림중학교와 강원 호반초등학교 교장에 대해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공모를 진행한 심사위원회가 시도교육청의 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대해 지침을 정한 당사자이자, 공모 절차를 관리 감독해온 서울ㆍ강원 교육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영림중학교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여 교과부가 지적한 절차상의 문제를 발견했으나, 이것이 교장 공모제의 공정성을 훼손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결국, 양측의 입장 차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곧 정치적, 정책적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뜻이다. 강원도교육청도 "교과부가 강원도 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마다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 역시 정치적인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불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교육계도 입장에 따라 "처음 시행하는 교장공모제인 만큼 절차를 진행한 학교운영위원들의 미숙함에 따른 잡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절차의 공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교육자치가 어떻게 자리를 잡겠느냐"는 의견과, "향후 절차적 정당성 검증시스템을 마련해 교육감 코드 인사를 걸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교과부ㆍ교육청 모두 상처
교과부의 임용제청 거부 발표 이후 전교조는 즉각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전교조는 우선 임용제청거부 무효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반면, 처음부터 절차상 문제점을 제기해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문제가 제기된 4개 학교 중 2개만 취소한 것은 교과부의 눈치보기"라며 교과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임용이 거부된 해당 학교 학부모 사이의 갈등도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고 있다. 교장공모제를 진행했던 서울 영림중학교 학교운영위원회 김경숙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운영위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선출한 학교장에 대해 교과부가 공정성 등을 이유로 임명제청을 거부했다"며 항의의 표시로 삭발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소송까지 가게 된다면 선정절차에 얼마나 중대한 결함이 있었느냐에 대한 싸움이 될 것"이라며 "1심 판결까지 짧아야 6개월"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한 학기가 넘는 기간 해당 학교 교사와 학생들만 안팎의 갈등을 숨죽이며 견뎌야 하는 희생자가 됐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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