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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기 부실관리가 '엽총사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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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기 부실관리가 '엽총사건' 불렀다

입력
2011.02.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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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수렵 금지 기간에 총기 내줘… 경찰서ㆍ지구대 서로 책임 떠밀어

지난 21일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파주시 농장 엽총 난사 사건은 범인이 총기류 반출 금지기간 중에 경찰서 지구대에서 엽총을 찾아 저지른 사건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총기 관리 부실, 지시 전달체계의 허점이 사실상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엽총 난사 사건의 범인 손모(64)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21일 오전 9시10분께 자신의 벨기에제 5.5mm 브라우닝 엽총이 보관돼 있던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지구대를 찾아가 엽총을 수령하고 2시간여 뒤 파주시로 가 범행을 저질렀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이날 한양지구대에 "충북 영동으로 사냥을 가겠다"며 엽총 반출 신고를 했다. 지구대는 손씨의 수렵안전관리수첩을 보고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엽총을 내줬다. 수렵안전관리수첩은 총포소지허가증, 수렵면허증을 갖추고 포획승인서, 보관해제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에 한해 경찰이 발급한다.

하지만 이 날은 경찰이 지정한 수렵용 총기 반출 금지기간이었다. 경찰청은 지난달 6일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방역활동이 끝날 때까지 수렵용 총기 사용을 허가하지 말라는 지침을 각 지방경찰청에 내려보냈다. 서울경찰청은 이튿날인 지난달 7일 한양지구대를 관할하는 성동경찰서에 이 지침을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동경찰서 김문선 생활질서계장은 "보통은 공문을 보내는데 당시 전화로 지구대에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경전 한양지구대장은 "전화를 받았다는 직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사실상 우리는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양지구대는 "(상부 지침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매년 1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는 통상적으로 수렵 가능 기간이라 총기를 내주는 데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따라서 손씨에 대한 총기 반출은 경찰청의 반출 금지 지침이 내려진 상황에서 성동경찰서가 관할 지구대에 지침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거나, 지침을 전해 받은 지구대 직원이 내부 전파를 하지 않아 허용된 셈이다. 어떤 경우든 경찰 내부 계통상의 치명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고,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하는 참사를 부른 것이다.

손씨는 한양지구대에서 엽총을 받은 지 2시간 10분여 만인 오전 11시24분께 자신의 내연녀였던 신모씨의 경기 파주시 농장으로 찾아가 20여 발의 총알을 난사, 신씨와 동거남 정모씨 2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이웃 주민 1명이 얼굴에 파편을 맞는 중상을 입었다. 손씨는 8년 간 동거하다 2년 전 헤어진 신씨와 재산정리 문제를 논의하다 다툼 끝에 자신의 차 트렁크에서 엽총을 꺼내와 난사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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