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8일 “구제역 발생 농가 반경 3㎞ 이내에서 생산된 원유도 열처리해 생우유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이 지역에서 생산한 원유는 열처리를 거쳐 분유로만 팔 수 있었다. 이 소식으로 구제역 발생지역의 원유가 분유로 가공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아기 엄마들이 분유 대신에 엄마 젖을 먹이기로 했다. 하지만 준비 없이 시작한 모유수유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우리 아기를 구제역 여파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모유수유 성공 노하우를 알아본다.
모유수유는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도움
엄마 젖은 다른 어느 유제품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무균상태이므로 신선할 뿐만 아니라, 번거로운 준비 없이 쉽게 먹일 수 있다. 또한 모유는 항세균과 항바이러스 항체와 같은 여러 방어인자를 함유해 방어 메커니즘이 미숙한 신생아에게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모유에는 뇌와 시신경의 발달에 중요한 DHA를 비롯, 신체기능을 조절하는 대사물질을 만드는데 필요한 아라키돈산 등 아기의 성장발달에 꼭 필요한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모유수유가 아기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유수유를 하면 산모의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률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수유할 동안 한 달에 0.5~1㎏ 정도의 몸무게가 줄어들기 때문에 산후 다이어트에도 도움되며 뼈에 무기질이 쌓이는 것을 촉진해 골다공증도 예방한다.
하지만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모유수유를 통한 신체 접촉으로 아기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모유수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엄마 젖에 익숙해지도록 하라
모유수유에 성공하려면 처음부터 아기가 엄마 젖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아기를 낳자마자 신생아실로 보내 분유부터 먹여 아기가 모유보다 분유에 먼저 익숙해지게 되면 모유수유는 힘들어진다. 따라서 출산 후 30분 내에 아기에게 젖을 물려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모유를 제대로 빨지는 못하지만 엄마 젖에 익숙해질 수 있다.
같은 방을 쓰라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에는 아기와 엄마가 같은 방을 쓰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엄마와 아기가 함께 있으면서 서로 친해지고, 아기가 배가 고파 젖을 찾을 때마다 바로 모유를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가 한참 울고 난 뒤에 젖을 물리는 것은 좋지 않다. 엄마가 며칠 편하기 위해서 아기를 신생아실에 따로 떨어뜨려 놓으면 모유수유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모유 외에는 절대 주지 말아야
출산 후 1~2일 동안은 초유만 나온다. 초유의 양은 한 번 수유 시 2~5㏄ 정도이며, 하루치를 합해도 50㏄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간혹 모유량이 너무 적어 모유수유에 실패했다는 산모가 있는데, 처음에는 양이 적은 게 정상이다. 초기에는 적게 나와도 며칠 만에 아기가 먹기에 충분한 양으로 늘어난다. 간혹 모유가 적다고 분유나 설탕물, 보리차를 먹이기도 하는데, 그러면 모유수유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기에게 모유 외에 다른 것은 절대 주지 않도록 한다.
직접 빨아 먹게 하라
수유 초기에는 반드시 아기가 직접 젖을 빨아먹게 해야 한다. 우유병의 고무 젖꼭지를 빠는 방법은 엄마 젖을 빠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고무 젖꼭지에 익숙해진 아기들은 엄마 젖을 잘 빨지 못해 힘들어 한다. 따라서 고무 젖꼭지는 아예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게다가 아기가 직접 빨아야 유선이 자극돼 젖의 양도 늘어난다. 유축기를 사용하면 젖이 줄어들 염려가 있다.
부득이한 경우 보관했다가 먹인다
엄마가 직장을 다니거나 부득이하게 아기를 떠나 있어야 할 때에는 젖을 짜 보관해서 먹인다. 직장 여성의 경우 출근 2주 전부터 3~5시간 간격으로 일정하게 젖을 짜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유방염을 방지하려면 직장에서도 젖을 짜내야 하며, 한 번 먹일 만큼만 짜서 날짜를 기재한 뒤 즉시 냉동고나 냉장고의 가장 찬 곳에 보관한다.
모유는 실온(섭씨 25도)에서는 4시간 정도 보관할 수 있고, 냉장 보관 시에는 48시간 안에 먹여야 한다. 아이스 박스에 보관할 때에는 15도에서 24시간 동안 안전하고, 냉동실 깊숙한 곳에 넣어두면 2~3개월까지도 보관이 가능하다. 보관한 젖을 먹일 때에는 한 번 먹을 양만 꺼내어 실온이나 중탕으로 녹여야 하고, 데운 모유는 4시간 안에 먹인다. 이 때 작은 덩어리가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모유 속에 포함된 지방 성분이므로 살살 흔들면 없어진다. 일단 먹고 남은 모유는 세균에 감염될 염려가 있으므로 아까워하지 말고 버리는 것이 좋다.
젖 물리는 자세를 잘 알아두어야
젖은 바른 자세로 물려야 잘 나온다. 아기 입이 붕어 입처럼 충분히 아래위로 벌어지는 자세로 엄마 젖을 깊이 물리는 것이 중요하다. 갓난아기일 때에는 양쪽 가슴을 10~15분 이상씩 하루 8~12회 먹인다. 隙??보충하느라 우유병을 빨아 본 적이 있는 아기들은 엄마 젖을 우유병과 혼동해서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젖꼭지만 물려고 한다.
젖을 깊게 물지 않고 젖꼭지만 물고 빨면 젖꼭지가 갈라지고 피가 나며, 젖이 완전히 비워지지 않아 젖양이 줄어들기 쉽다. 아기가 젖을 빠는 방법을 혼동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엄마 젖만 먹이도록 애써야 한다. 태어난 지 6주, 3개월 등 아기가 갑자기 크는 급성장기 들을 기억해 젖을 자주 찾더라도 분유를 보충하지 말고 젖을 더 열심히 먹이도록 한다.
엄마가 아파도 젖을 먹여야
반드시 엄마가 건강해야 모유수유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엄마가 B형 간염 보균자라도 모유수유를 할 수 있다. 아기에게 B형 간염 예방주사와 면역글로블린을 접종하면 모유를 먹여도 안전하다. 엄마가 감기에 걸려도 젖을 끊지 말고 모유수유에 지장을 주지 않는 감기약으로 처방해 달라고 해서 먹어야 한다.
갑상선기능장애와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엄마가 젖을 먹이는 동안에도 치료를 위해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모유수유에 지장을 주지 않는 약이 있기 때문에 담당의사와 상의해 약을 처방받으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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