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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술주정도 엄연히 병… 초기에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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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술주정도 엄연히 병… 초기에 바로잡아야

입력
2011.02.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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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보니 제가 주차 구획선이 그려진 길거리에서 잠자고 있는 거예요. 친구가 깨우기에 옆 주차구간을 가리키면서 ‘옆방에서 자라’고 말해줬지요.” 최근 한 여성 코미디언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해 털어놓은 이야기다. 이처럼 술에 취해 벌이는 엉뚱한 말과 행동을 마치 영웅담인양 늘어놓거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주사, 즉 술주정은 의학적으로 엄연히 질병이므로 방치하면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전두엽 손상으로 생긴 질병

술주정의 양상은 비슷하다. 술 마신 동안이나 그 후에 일어난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술을 마시면 완전히 취할 때까지 마신다. 말이 많아지고 전화로 장시간 떠들어대기도 한다. 만약 남자친구가 술에 취하면 보고 싶다고 전화를 하고, 끊으라고 해도 끊지 않고 했던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데 다음날만 되면 전화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알코올 중독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

술주정이 어쩌다 한 번이면 애교로 봐줄 수도 있지만, 술 마실 때마다 주사가 나타나면 성격형성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다. 술주정이 이어지면 공격적인 성향이 많이 나타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전두엽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데, 과음을 하거나 알코올 의존도가 높으면 전두엽 기능 자체가 떨어지는 상황에 이른다. 전두엽이 손상되는 지경에 이르면 음주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고 술주정으로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준다.

술을 마신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이 중에도 술주정을 심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소량의 알코올을 마시고도 술주정을 심하게 하거나, 평소와 달리 공격적으로 변하고 폭력까지 휘두른다. 이는 알코올 특이성 중독 때문이다. 과거에 외상이나 뇌염으로 뇌가 손상됐다면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떨어져 술을 적게 마셔도 이상행동을 할 수 있다. 간혹 유전적인 요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25세 이전이라도 술주정이 심하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이무형 알코올전문 다사랑병원 원장은 “술주정이 직장생활이나 학업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ㆍ동료ㆍ친구가 초기에 제재해야

술주정이 습관화되었다면 술을 줄이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아예 끊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뇌에는 재생 능력이 있지만 술을 마셔 파괴된 뇌세포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몇 개월이 걸린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 환자가 38일간 금주한 후 뇌 크기가 2% 가량 늘어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알코올의존증 전(前)단계인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알코올의존증 환자에 비해 사회생활에 적극적이고 음주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도 높다. 고위험군은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알코올의존증 환자보다 약할 뿐만 아니라 마음이나 몸이 크게 손상되지 않아 술을 끊어야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단주 성공률이 높다.

술주정은 무엇보다 초기에 잡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술을 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주위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래야 음주 전후의 행동이 다르거나 술주정으로 남에게 피해를 줄 때, 주위 사람들이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제재할 수 있다.

이밖에도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은 환자의 뇌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술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알코올 중독 단계에는 술을 감춰두고 혼자 마시기 때문에 집안의 술을 모두 찾아내 없애야 한다. 술을 끊을 때에는 가급적 술자리를 피하는 게 가장 좋지만, 부득이하게 참석한 경우에는 금주 중임을 분명하게 밝혀 남들이 술을 권하지 않도록 한다.

자신이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자기 의지로 절주나 단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병원에 가기를 꺼린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은 스스로 금주하기 아주 어렵기 때문에 전문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알코올의존증 단계라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술을 끊고 손상된 뇌를 회복하는 내과 치료와 함께, 안정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정신과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상담을 통해 의지를 키우고 약물 치료로 금단증상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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