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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허공에 뜬 개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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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허공에 뜬 개헌론

입력
2011.02.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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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좌담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말한 데 이어 정치권의 개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개헌 논란이 정략적이라거나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뚜렷한 의지와 프로그램 없어

현행 헌법은 1987년 제정 이후 25년간 개정이 없었다. 1987년 이전 헌법이 평균 5년마다 개정된 것에 비하면 장기간 헌법적 안정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현행 헌법도 개정 3년 뒤인 1990년부터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정부도 대통령이 개헌론을 제기하였으나 차기 정부의 과제로 미뤄졌다.

이번 정부 들어 18대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함께 참여한 미래헌법연구회를 중심으로 개헌 문제를 토론하고, 국회의장이 개헌 자문기구를 두기도 했다. 민간 차원에서는 대화문화아카데미가 각계의 폭넓은 논의를 거쳐 헌법개정안을 제안했다.

현행 헌법이 1987년 개정 당시에 추구하고자 했던 민주화는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 그러나 당시에 예측하지 못한 시대적 변화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다시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가 적지 않다. 오늘의 시대를 규정하는 세계화와 지방화, 정보화와 같은 헌법 환경의 변화를 현행 헌법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세계화에 대응하여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지방의 결정권과 책임성 제고에 장애가 되고 있다.

통일에 대비하여 북한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현행 헌법은 한계가 있다. 어떤 헌법 조항을 개정하는 데도 국민투표를 필요로 하는 것도 헌법을 과도하게 경직시키는 문제가 있다. 법치국가의 모범인 독일에서도 1949년 헌법 제정 이후 60여 차례 개정을 통하여 헌법의 현실성을 높이고 있다. 헌법 개정은 예외적 조치가 아니라 상시적인 정치과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헌법 개정에 대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개헌 문제 접근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개헌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대통령은 빠지고 정치권에 넘긴다는 것은 개헌 의지가 확고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은 처음부터 개헌을 정치권에 미루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실기를 하였다. 더구나 개헌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시대를 선도하는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단순히 대통령 권력의 분산을 주문하는 것으로는 개헌 정국을 이끌어 갈 수가 없다.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확고한 의지가 없고, 개정 내용에 대한 구체적 프로그램도 제시하지 않고 잇다. 이런 상태로 정치권에 개헌 논의를 주문하는 것은 개헌의 대한 진정성이나 진지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헌을 촉구하는 것은 헌법개정 의제를 오히려 진부하게 만든다. 또 국민의 불신과 회의가 만연하도록 부추겨 헌법 개정을 한층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헌법 개정을 촉구하는 것은 아무리 대통령이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략적 제안으로 비추기 마련이다.

대통령이 분명한 뜻 밝혀야

국가 경영체제를 정비하기 위하여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서 개헌을 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개헌안을 발의하여야 한다. 그럴 의지가 없다면 대통령이 개헌론을 언급하는 것은 자제하여야 한다. 오히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국민 의견을 수렴하여 개헌안을 내놓도록 하고, 선거과정에서 검증을 받아 다음 정부 임기 초에 개헌을 약속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학계와 시민사회는 헌법개정의 방향과 내용을 보통 국민의 상식과 판단을 좇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진지하고 합리적인 개헌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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