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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를 달린다] 삼성서울병원 <7> 환자 맞춤형 방사선 치료로 암 잡는 '방사선종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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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를 달린다] 삼성서울병원 <7> 환자 맞춤형 방사선 치료로 암 잡는 '방사선종양학과'

입력
2011.02.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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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치료를 하려면 미리 설계작업이 필요하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의 영상 진단자료를 통해 암 종양과 정상 장기 위치 등을 파악한 다음, 방사선 치료할 표적을 확인하고, 방사선을 쬐는 방향과 세기, 치료 일정을 정한다. 환자의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법을 택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전쟁에서 작전계획을 세울 때 적군만 집중 공격해 아군 피해를 최소화해야 승리하듯, 방사선 치료할 때에도 표적만 집중 공격하는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명 ‘환자 맞춤형 방사선 치료’다. 최근 가장 각광 받는 환자 맞춤형 방사선 치료법의 삼총사, 토모테라피 치료법과 영상유도 방사선치료법(IGRT), 체부 정위적 방사선치료법(SBRT)에 대해 안용찬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에게 들어본다.

방사선 세기를 조절해 치료하는 ‘토모테라피 치료’

김성환(55)씨는 몇 달 전부터 목에 생긴 몽우리 때문에 신경 쓰였지만 별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몽우리가 점점 커지더니 코가 자주 막히고 귀가 먹먹해져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껴, 아는 이비인후과 의사의 권유로 삼성서울병원 두경부암센터를 찾았다. 검사 결과, 코 뒤쪽 비인두에 생긴 종양이 뇌 깊숙이까지 침범했고 양쪽 목 림프절에도 전이됐음을 확인됐다. 김씨는 방사선과 항암 주사 치료를 동시에 받기로 했다. 방사선 치료로는 부작용이 적은 토모테라피 치료를 택해, 종양 부위에는 방사선을 충분히 쬐고 종양 주변의 뇌와 시신경 척수 침샘 등에는 방사선을 적게 쬐도록 계획했다.

-토모테라피 치료의 장점은.

“첫째로, 종양에만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쬘 수 있어 치료 기간을 줄이고 침샘 손상을 줄여 입마름증 등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둘째는, 토모테라피는 메가볼트 CT촬영으로 치료하므로 방사선을 제대로 조준하고 있는지 항상 확인 가능하다. 또한, 치료 중에 생기는 종양과 환자 몸의 변화를 쉽게 알아내 치료계획을 곧바로 수정할 수 있다. 셋째는, 종양이 크고 불규칙해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토모테라피는 방사선 발생 장치가 360도 연속 회전하면서 환자의 위치를 정확히 제어하고 계속 움직이면서 치료한다. 따라서 종양이 크고 불규칙한 모양이거나 흩어져 있어도 종양에만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쬘 수 있다.”

- 토모테라피는 어떤 암 치료에 유용한가.

“모든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일반 방사선 치료보다 치료비가 비싸다. 그래서 토모테라피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때에만 사용하고 있다. 부작용이 없고 완치율이 높은 두경부암과 전립선암, 예전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던 부위에 다시 암이 생긴 경우에 주로 쓰인다. 이 밖에 종양이 크거나 주변에 방사선에 민감한 내부 장기가 많아 일반 방사선 치료가 어려울 때에도 토모테라피가 위력을 발휘한다. 예컨대 늑막 여러 곳에 종양이 생겼거나, 여러 부위의 뼈에 동시에 재발한 다발성 전이암에 효과적이다.”

방사선치료 표적을 정확히 확인하는 ‘영상유도 방사선치료법’

만성 간염을 앓아온 최진수(54)씨는 매년 하는 혈액검사에서 간암 수치가 높게 나와 추가 검사한 결과, 간암 판정을 받았다. 간 기능이 많이 떨어져 수술이 불가능했고 여러 차례 혈관색전술을 시행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해 결국 방사선 치료를 받기로 했다. 간은 방사선 치료가 힘든 장기다. 1분에 20번 정도씩 숨을 쉴 때마다 횡격막 아래 붙어 있는 간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사선으로 인한 간 손상을 줄일 수 있는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를 선택했다. 우선 숨쉴 때 간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간단한 호흡 연습을 한 뒤 호흡동조 CT 촬영을 했다. 매일 방사선 치료 직전과 도중에 치료기에 부착된 X선 투시 촬영으로 간암 위치를 알아내고, 자신의 호흡 주기에 맞춰 규칙적으로 숨쉬면서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대부분의 암 환자는 짧게는 1~2주에서 길게는 7주 동안 하루 한 번, 1주일에 다섯 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법은 방사선 치료기에 별도로 X선 투시장치가 부착돼 있어, 방사선 치료를 받는 동안 매번 대상 표적에 방사선이 정확히 조준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낚시를 할 때 물고기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촘촘한 그물을 정확히 던져 정확히 물고기를 낚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는 어떨 때 유용한가.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가 개발되기 전에는 방사선을 쬐는 영역을 실제 치료할 곳보다 좀 더 여유있게 잡았다. 내부 장기가 호흡과 심장박동에 따라 계속 움직이고, 식사량과 소ㆍ대변량에 따라 위치에 편차가 생기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방사선을 쬐는 영역이 좁아졌고, 부작용도 줄어들었다.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萱?치료 중에 종양과 내부 장기가 계속 움직이는 배와 가슴 종양을 정밀하게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표적 인근에 뇌신경이나 척수 등 조금만 손상돼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장기가 있어 방사선을 아주 정밀하게 조준해야 할 때에도 유용하다.”

1주일 이내 치료를 끝내는 ‘체부 정위적 방사선 치료’

박길자(75)씨는 3주 전 건강검진 시 가슴 X선 촬영에서 왼쪽 폐 윗부분에 손가락 마디 만한 결절이 발견돼 삼성서울병원 폐암센터를 찾았다. 검사 결과, 아직 림프절이나 장기에는 전이되지 않은 초기 폐암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약을 먹고 있고 폐 기능도 좋지 않아 수술보다는 방사선 치료가 낫다고 판단해 체부 정위적 방사선 치료를 받기로 했다.

-체부 정위적 방사선 치료란.

“크기가 작은 표적을 3차원 좌표계를 이용해 정확히 정렬한 뒤 많은 양의 방사선을 여러 방향에서 표적에 집중적으로 쬐는 방법이다. 보통 1주일에 4~5회 방사선을 쫴 치료를 마치게 된다. 뇌종양에만 이용되는 감마나이프 치료의 장점을 살려 모든 신체 부위에 쓸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이 치료법이 성공하려면 대상 표적을 정밀하게 조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치료의 장점은 무엇인가.

“치료 대상이 작을 때 한 번에 쬐는 방사선량을 높이면 부작용을 줄이고 종양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이 치료는 수술에 버금갈 정도로 치료 효과가 좋고, 입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치료기간도 짧다. 주로 수술이 어려운 초기 폐암과 간암, 척추종양 등에 많이 쓰인다. 초기 폐암의 경우, 수술이 표준 치료법이지만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환자가 수술을 거부할 때 가장 효과적인 대체 치료법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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