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가 악화하면서 우리 기업과 주재원 등의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교통, 통신의 마비로 연락이 두절되거나 현지에 발이 묶인 주재원 등도 적지 않아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3일 국토해양부와 한국무역협회, KOTRA 등에 따르면 리비아의 수도인 트리폴리와 제2의 도시 벵가지 등은 인터넷과 전화가 불통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이 주재원들과 연락이 끊겨 애를 태우고 있다. 전선 제조업체인 L사는 현지 상주직원 4명과 연락이 닿지 않아 외교통상부, 국가정보원 등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리비아를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벵가지 공항은 이미 폐쇄됐고, 트리폴리 공항은 이용객 폭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업체 H사 주재원은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귀국을 못하고 있고, D사 주재원 가족은 공항까지 나가 출국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다시 귀가했다. 일부 근로자는'육로 탈출'을 감행했다. 리비아 동북부 투루북에 있던 한국 업체 근로자 9명은 육로로 이웃나라인 이집트 국경으로 이동해 22일 오후1시 국경을 넘는데 성공했다.
기업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22일 오전6시(현지시간) 트리폴리에서 남서쪽으로 150㎞ 떨어진 이수건설 젠탄 현장에 주민 30여명이 침입해 건설장비 3대와 차량 3대를 강탈했다. 대한통운 자회사인 ANC의 주메일 대수로공사 현장에도 이날 오전5시 주민들이 침입해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날 오전9시 벵가지 남서쪽 140㎞ 지점에 있는 대우건설 즈위티나 현장에서는 현지 고용 인력이 차량 5대를 탈취했다가, 지역 원로들의 설득에 따라 반납하는 일이 벌어졌다.
상당수 기업들은 현장을 떠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대형 건설업체들의 경우 자칫 발주처에"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면 향후 수주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슴을 졸이면서도 현장을 지키고 있다.
리비아와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KOTRA가 23일 리비아로 수출하는 기업 575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11개사 중 31%인 35개사가 리비아측 구매자 연락두절 등 이유로 총 220만 달러의 수출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 35개사는 이 같은 사태가 지속될 경우 연간 피해액이 1,87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24일 260석 규모의 이집트항공 여객기를 특별전세기로 계약해 트리폴리로 급파하기로 했다. 이집트항공은 카이로-트리폴리 노선을 하루 최대 3번까지 왕복할 수 있어 추가 운항도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리비아 당국과 대한항공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다. 또 정부합동 리비아 신속대응팀(외교부 2명, 국토부 1명)을 일단 이집트 카이로로 보낸 뒤 리비아 입국비자가 발급되는대로 리비아로 파견하기로 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