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다닐 필요 없이 쉬운 수학 수업을 만들겠다’, ‘고교 수학 시험 볼 땐 계산기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영어 회화 공부는 방과후학교와 EBS만으로 충분하게 하겠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3일 오전 성균관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포함된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 선순환 방안’ 시안을 공개했다. 교과부가 제시한 아이디어에 대한 교원과 학부모단체 등 각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하지만 교육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날 교과부가 내놓은 방안은 사교육에 기대지 않도록 교실 수업을 개선하고, 동시에 추가 학습 욕구가 큰 영어와 같은 과목을 방과후학교에서 보충시킨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특히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된 수학과목은 학교 수업 내용을 대수술 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초중등 수학 교과 내용 중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복잡한 계산을 요구부분은 빠지고, 주입식ㆍ단순암기식 내용도 20% 줄어든다. 대신 이 자리를 ‘수학과 생활경제’, ‘기초 공학수학’등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시험도 쉬워진다. 계산보다는 과정을 평가한다는 취지다. 특히 고교생들의 경우 시험 볼 때 전자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에 대한 정책을 올해 연구한다.
방과후학교도 강화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민간기관의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게 하고, 교과부가 직접 방과후학교 관련 사회적 기업을 발굴ㆍ육성한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또 방과후 영어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중 EBSe에서 단계별ㆍ수준별 교재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범 활용한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지급 대상을 지난해 39만명에서 올해 49만명으로 늘리고 2013년에는 75만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있다.
교과부는 이와 함께 기업 대학 기관의 교육기부를 장려한다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교과부는 전경련의 교육기부나 김연아 최경주 선수의 특강 및 캠프를 예로 들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절감에만 매달렸지 공교육 강화의 본질적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한 류장수 부경대 교수는 “방과후학교에 민간업체가 대거 들어오면 사실상 장소만 학교 일뿐 내용은 사교육”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문권국 정책분석선임팀장도 “방과후학교 운영을 사설기관에 위탁하면 학교를 학원에 임대하는 꼴이 된다”며 “사교육비 경감에만 초점을 맞추면 다양한 특기ㆍ적성 교육을 한다는 방과후학교의 또 다른 목표를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방안은 사교육비 경감에 치우쳐 공교육 강화라는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올해 3~4월 이 시안에 대해 전국 권역별 토론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5월께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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