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대교를 건너 푸른 남해에 닿았습니다. 남해의 끝은 바다입니다. 끝이 없는 바다입니다. 눈부시게 푸른 바다입니다. 기다렸던 봄 바다입니다. 남해에서도 남쪽 남면, 그 따뜻한 바닷가에 겨울이 남아있는 여장을 풀었습니다. 무량의 햇빛에 간지러워 바다가 뒤척입니다. 바다가 반짝반짝 뒤척일 때마다 잔물결이 일고, 잔물결이 되받아 비치는 저 햇살을 ‘윤슬’이라 이름 합니다. 저는 그 반짝이는 빛에 묻어나는 봄을 읽습니다. 하여 남쪽바다는 윤슬의 바다입니다. 바다로 난 창문을 여니 소금내음이 밀려듭니다. 저 소금은 흰 소금이 아니라 분명 푸른 소금일 것입니다. 소금 알갱이 하나면 제 영혼까지 파랗게 물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엔 오래된 유자나무 서너 그루가 서있습니다. 유자나무 흰 꽃이 피려면 아직 멀었지만 저는 봄 햇살에 눈멀어 가지마다 꽃이 피어 유자꽃 향기가 나는 듯합니다. 시인 청마는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가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저는 먼 바다에서 돌아오는 사람을 위해 맨 처음 손수건을 흔들었던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였을까 궁금해집니다. 오늘은 오는 봄을 향해 손을 흔들기 위해 제가 나무처럼 언덕에 섰습니다. 그러다 알았습니다. 남해가 봄이었습니다. 커다란 봄의 덩어리였습니다. 지금 남해는 봄을 싣고 우리에게로 오는 큰 배입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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