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없이 6분내 침투·노트북 작업 가능한가?안전중시 호텔이 침입자 잡고왜신고 안했나?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침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롯데호텔 측이 괴한의 침입에 적극적으로 동조 내지는 방조한 게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호텔 종업원이 침입자를 찾아낸 뒤 특사단에 노트북만을 돌려주게 하고, 경찰 신고 등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그냥 보낸 사실에서부터 불거져 나오고 있다. 투숙객의 안전과 보안을 중시한다는 특급호텔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6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침입자들이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 노트북에 손을 댈 수 있었던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사전에 객실 열쇠(카드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카드키를 복제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특사단이 사전에 어느 방에 투숙하고 있는지 알아야 가능하다"고 했다. 고객 정보는 철저한 보안사항인 점을 고려할 때 호텔의 묵인 내지는 협조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경찰 조사에 대한 호텔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통상 호텔 객실에서 절도나 분실 신고가 들어오면 카드열쇠 인식장치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를 단말기를 통해 확인하는 게 관행이다.
객실 문을 부수고 침입하지 않은 이상, 카드열쇠의 고유 번호와 열린 시간 등 정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열쇠의 출처 등을 쉽게 알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롯데호텔 측은 "마스터키 분실 등과 관련된 조사는 호텔 측에서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만 못박고 있다.
국정원 개입 의혹이 불거진 21일 오전 롯데호텔 내부 회의에서는 '절대 정보 유출을 하지 말 것'이라는 지시가 하달된 것으로 알려져 '외부 윗선'이 개입해 입막음을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또한 괴한 3명과 함께 사건 발생 당시 호텔 복도에 있던 것으로 확인된 '제4의 남자' 역시 의혹을 더한다. 이 남자는 특사단에 들킨 뒤 비상계단에 숨어 있던 침입자들이 노트북을 특사단에 돌려줄 때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자가 괴한들이 객실로 들어갈 때 망을 보는 등 침입에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경찰은 "신원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일단 호텔 직원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만일 그렇다면 이 역시 호텔측이 괴한들의 침입에 손을 놓고 있었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가 된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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