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구단 창단 NHN 日오릭스 후원 등 국내외 잇단 러브콜게임 부정적 이미지 해소 마케팅 시너지 효과도 노려
#1."엔씨소프트가 해당 기준에 모두 부합, 경남 창원시를 연고로 한 제9구단 우선 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개막일인 오는 4월2일 이전까지 협상을 마무리 할 것이다."(한국야구위원회(KBO), 이달 8일 열린 이사회에서)
#2."박찬호와 이승엽을 포함한 일본 오릭스 버펄로스 선수들은 올해 개막전부터 한게임의 오렌지색 쉼표 모양과 알파벳 로고가 삽입된 유니폼을 입게 될 것이다."(NHN, 지난달 말 오릭스 버펄로스 구단과의 공식 후원 계약식에서)
'녹색 다이아몬드'를 향한 게임업계의 구애가 뜨겁다. 국내 프로리그 타이틀 스폰서로 적극 나서는가 하면, 일본 프로야구팀 후원 계약 체결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야구단 창단까지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자금이 풍부하다고 하지만 이처럼 유독 야구사랑이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어느 종목보다 두터운 야구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전용 게임을 출시, 짭짭할 매출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적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중독성을 안겨주는 사행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털어내고, 사회에 기여하는 중요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판단 때문인지 온라인 상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게임업계의 전장이 그라운드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타이틀 스폰서, 각종 대회 후원 잇따라
야구사랑에 빠진 대표 게임 업체는 엔씨소프트. 치열한 경합을 뚫고 최근 KBO로부터 우선 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테스크포스팀(TF)을 구성, 야구단 창단 사전 준비 작업을 꼼꼼하게 진행해 왔다. 야구와 관련, 국내 정보기술(IT) 업체가 측면 지원을 떠나 직접 야구단 창단에 뛰어든 것은 엔씨소프트가 처음이다. 연매출 6,000억원대의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운 엔씨소프트는 창단될 야구단을 이르면 2013년부터 1군 리그에 참가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마구마구'로 잘 알려진 CJ인터넷도 굵직굵직한 국내외 대회를 잇따라 후원하면서 야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베이징올림픽(2008년)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2009년)을 잇따라 후원한 CJ인터넷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150억원에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국내 게임 업체들의 야구 사랑은 해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한게임과 네이버를 운영 중인 NHH은 올해 초 박찬호와 이승엽이 한 솥 밥을 먹게 된 일본 퍼시픽리그의 오릭스 버펄로스와 후원사 계약을 마쳤다. 이번 계약으로 NHN은 오릭스의 홈 구장(교세라 돔)에서 한게임과 네이버 등의 로고를 노출할 수 있게 됐다. 넥슨도 지난해 3월 김태균 선수가 활약 중인 일본 퍼시픽리그의 지바 롯데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달에는 계약 기간을 1년 더 연장했다.
게임 이미지 제고, 마케팅 효과 노려
야구를 향한 게임 업계의 러브콜에 대해 관련 업계에선 그 동안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게임 업계도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하나의 당당한 산업 분야로 인정받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
실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게임 업체는) 야구단을 운영할 사회적 책임이 있고, 게임 몰두로 방안에만 있던 젊은이들을 탁 트인 그라운드로 나와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며 야구단 창단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한해 사상 최대인 590만명의 관중을 동원하면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굳힌 야구에 대한 잠재 성장성도 반영됐다는 진단이다. 한정된 공간에 수만 명의 인파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야구장 전체가 마케팅 공간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로열티 높은 이용자 확보도 플러스 요인이다. CJ인터넷의 경우, 각종 국내외 야구대회를 후원하면서 자사의 대표작인 마구마구의 회원수가 300만명에서 55만명까지 급증했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는 국내 게임 업체에 온ㆍ오프라인을 망라한 서비스 제공의 툴을 만들어 줄 것"이라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충분히 시너지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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