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석씨는 25년 전 여름 옷이 찢긴 채 학교에서 돌아온 외아들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유씨 아들은 지방에서 서울로 전학 온 이후 또래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씨는 생업인 서점 문을 여는 것도 미루고 아침마다 교통봉사활동을 하는 등 학교 주변을 맴돌며 아들을 지켰다. 세월이 흘러 유씨는 내달부터 손자 뻘인 초등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학교보안관'으로 활동한다. 유씨는"어렸을 때 받은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아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 아들 같은 고통을 겪는 학생이 안 생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달부터 서울의 모든 초등학교에 1,094명의 학교보안관이 활동을 시작한다. 특히 학교보안관 두 명 중 한 명은 경찰이나 군인 출신이어서 학교 안팎에서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다 전문적으로 지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도 학교마다 한 명씩'배움터 지킴이'가 배치돼 있지만 자원봉사 형식이고, 등ㆍ하교 시간 위주로 활동해 한계가 있었다.
초등학교마다 두 명씩 배치되는 학교보안관은 학교폭력, 납치, 유괴 등의 범죄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인 오전 7시30분부터 방과 후 학교가 끝나는 밤 9시30분까지 근무한다. 등ㆍ하교 시간에는 교통안전 지도를 하고, 순찰을 통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다. 하루 2교대로 일하며 방학과 토요일, 재량 휴업일에도 학교를 지킨다.
서울시는 어린이들의 안전 지킴이가 될 학교보안관으로 적합한 사람을 뽑기 위해 엄격한 채용과정을 거쳤다고 22일 밝혔다. 학교보안관 신청자는 총 3,614명이 신청해 3.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을 거쳐 예비합격자 1,638명을 우선 뽑았다. 시는 3차 인성검사를 실시해 예비합격자 중 87명을 탈락시키고 1,551명을 선발했다. 학교장 면담을 통해 25일까지 최종합격자 1,094명을 뽑고, 4차 탈락자는 결원에 대비한 예비인력으로 편성된다. 시는 성범죄 경력조회 및 범죄사실 조회를 거쳐 부적격자를 걸러낼 계획이다.
예비합격자의 출신 직업은 경찰이 532명(32.5%)으로 가장 많았고, 직업군인이 341명(20.8%)으로 두 번째였다. 이어 회사원(226명ㆍ13.8%), 교사(206명ㆍ12.6%), 자영업(146명ㆍ8.9%) 순이었다. 평균연령은 59세이고, 여성은 76명(4.6%)이다.
학교보안관은 학생들이 많이 출입하는 곳에 설치되는 학교보안관실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또 신뢰감을 주기 위해 베이지ㆍ꽃담황토색 유니폼을 입고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다. 학교보안관의 월 급여는 99만1,000원이고 4대보험에 가입된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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