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주지 덕현(사진) 스님이 은사였던 법정 스님의 열반 1주기(28일)를 며칠 앞두고 주지 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17일에는 법정 스님의 뜻을 받드는 시민모임인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직에서도 사퇴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덕현 스님은 20일 길상사 홈페이지에 남긴 ‘그림자를 지우며’라는 글에서 “스승의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분부를 거역할 수 없어 그 동안 여기 있었고, 지금은 설령 법정 스님 당신이라 해도 여기를 떠나는 것이 수행자다운 일일 것 같아 산문을 나선다”고 밝혔다.
덕현 스님이 돌연히 사퇴한 이유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길상사와 맑고 향기롭게의 운영을 맡으며 겪은 내부 갈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홈페이지의 글에 “산중의 한거(閑居)에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도심 도량에 앉아 끝없이 시달렸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멀고 가까운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욕심과 야망, 시기심, 매도하는 말들, 그 뒤에 숨은 아상(我相)이었다”고 토로했다.
덕현 스님은 1986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90년 법정 스님을 은사로 송광사에서 출가했다. 2009년 3월 길상사 6대 주지로 취임했고, 지난해 5월 맑고 향기롭게 2대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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