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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내전 상황/ 부족장·군부·고위관료도 "反카다피"… '철권 42년' 벼랑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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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내전 상황/ 부족장·군부·고위관료도 "反카다피"… '철권 42년' 벼랑끝에

입력
2011.02.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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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42년 독재가 막을 내리는 것인가. 반정부 시위대가 벵가지 등 몇몇 도시를 장악한 가운데 주요 부족장과 군부, 고위 관료, 종교 지도자까지 카다피에게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카다피의 실각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21일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가 반정부 시위대와 그에 동조하는 군대에 의해 장악된 데 이어 시르트, 토브룩 등 반정부 세력이 통제하는 도시가 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주요 부족들이 시위대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 심상치 않다. 리비아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대표적인 부족 국가. BBC는 22일 "많은 리비아인들은 그들이 부족에 소속해있다는 정체성이 강하다"며 "카다피는 1969년 쿠데타 이후 군대에서 주요 부족들을 경쟁시키면서 통치에 활용해왔다"고 전했다.

그런데 리비아 전체 인구(650만명)의 약 6분의1에 달하는 최대 부족 와르팔라(100만명)가 카다피에 반기를 들었고, 동부 유전지대에 있는 알 주와이야 부족 역시 석유생산 중단 위협으로 시위대 편에 가세했다. 와르팔라의 경우 카다피가 속한 카드하파 부족의 최대 지원자여서 파문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군부도 흔들리고 있다. 벵가지 주둔 군부대의 시위대 동참에 이어 시위대 폭격을 거부한 리비아 공군 대령 2명이 22일 미라지 전투기를 몰고 몰타에 착륙,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 군장교 일부가 "국민의 편에 서서 카다피 제거를 도와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대목도 변수다.

또 카다피의 쿠데타 동료였던 압둘 모넴 알후니 아랍연맹 주재 리비아 대표가 21일 카다피를 비난하며 사임한 데 이어 법무장관, 아시아지역 대사 등이 시위대 지지표명과 함께 사퇴하는 등 관료들도 카다피와 척을 지고 있다. 이슬람 학자들도 "정권에 반기를 드는 게 무슬림의 의무"라는 이슬람 칙령(fatwa)을 발표하는 등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물론 카다피가 쉽게 물러나지 않으리란 전망도 있다. BBC는 "부족장들이 시위 지지를 선언했다고 해서 그들의 영향력을 과대 평가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카다피가 자신이 성장한 곳이자 요새로 바꿔놓은 남부 소도시 세브하로 가 최후 일전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40년 이상 통치한 카다피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카다피 퇴진 후 뚜렷한 지도자가 보이지 않고 정치인도 정권의 부속에 불과했다"며 리비아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블랙박스라고 묘사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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