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시의 오노야마구장에서 열린 오릭스-요미우리의 연습경기. 0-0으로 맞선 4회 1사 1ㆍ3루에서 타석에 선 이승엽(35ㆍ오릭스)의 방망이가 호쾌하게 돌아갔고, 타구는 오른쪽 외야 담장 너머로 한없이 날아갔다. 이승엽은 입술을 꽉 깨물고 천천히 베이스를 돌아 오카다 감독과 동료들의 환영을 받았다.
이승엽이 자신을 버린 친정팀 요미우리를 상대로 분노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부활의 청신호를 켰다. 연습경기 3경기 만에 1호 대포였다.
친정팀과의 맞대결로 일찌감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경기였다.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은 2회 첫 타석에서 요미우리 선발 우츠의 5구째 140㎞ 높은 직구에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러나 한일 양국 취재진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승엽의'스타 본능'은 4회에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승엽은 두 번째 투수인 우완 토노로부터 볼 3개를 거푸 골라냈다.
하지만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온 140㎞ 짜리 한가운데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비거리 110m의 선제 스리런 홈런이었다. 경기 전 요미우리의 옛 동료들과 해후를 하는 와중에도 하라 감독에게만은 "인사하기 싫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이승엽이었다. 어쩔 수 없이 타격훈련을 위해 배팅케이지로 가다가 하라 감독과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오릭스 입단식에서 "요미우리가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했던 이승엽이었다.
'해결사'로 영입해 준 오릭스에는 화끈한 이적 신고식을, 하라 감독에게는 첫 만남에서 한풀이를 한 값진 한 방이었다. 이승엽은 경기 후 "올해 첫 홈런이다. 느낌이 좋다. 5년간 몸담았던 친정이지만 이제 상대팀일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일본의 '스포츠닛폰'은 "이승엽이 옛 터전을 상대로 때려낸 홈런에 기뻐했다"고 관심을 보였다.
홈런을 친 이승엽이 3-1로 앞선 7회 선두타자로 나오자 하라 감독은 왼손 후지로 교체하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8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9회 마지막 타석에서 다시 오른손 오치의 바깥쪽 140㎞ 짜리 직구를 밀어처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린 뒤 대주자로 교체됐다. 4타수 2안타 3타점의 만점 활약. 그러나 오릭스는 이승엽의 홈런을 지키지 못하고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오키나와=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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