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이 넘는 미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여성 투수가 탄생했다. 비록 정규시즌이 아닌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연습용으로 공을 던지는 이른바 '배팅볼' 투수지만 그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 주인공은 여자 대학 야구팀 코치로 활약한 저스틴 시걸(36)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시걸이 22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 때 배팅볼을 던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시걸은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로 배팅볼을 던진 첫 번째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함께 배팅볼을 던진 매니 악타 클리블랜드 감독은 시걸에 대해 "아주 인상적이다. 시걸은 매우 훌륭한 스트라이크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이벤트는 시걸이 메이저리그 각 구단 단장에게 직접 제안해 이뤄졌다. 시걸은 지난해 12월 단장들이 모이는 윈터미팅에서 "스프링캠프에서 배팅볼을 던질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클리블랜드의 크리스 안토네티 단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5살 때부터 야구를 한 시걸은 클리블랜드의 열혈 팬이다.
고교 시절 시속 110㎞가 넘는 공을 던지기도 했다는 시걸은 2009년 매사추세츠 독립리그에서 1루 베이스 코치를 맡기도 했다. 여자가 프로팀에서 1루 주루 코치로 나선 것도 사상 처음이었다. 시걸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사추세츠의 스프링필드 대학에서 보조 코치로 활약하는 등 야구와 꾸준히 인연을 맺었다.
마침내 꿈을 이룬 시걸은 "마운드에서 심장이 무척 빨리 뛰었다"면서 "지난 몇 달 동안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해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시걸은 24일에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스프링캠프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 번 배팅볼을 던질 예정이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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