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저는 수학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수학 학원 가는 게 죽을 맛이에요. 하지만 교수님 강연을 들으면서 예전보다는 수학이 좋아진 것 같아요."
'제18회 청소년을 위한 공개 강연-자연과학과 예술의 만남'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 강석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수학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 강연 후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에 김선진(14ㆍ경기 푸른중1)양이 공개적으로 수학이 싫다고 하소연하자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양이 "교수님이 영화 '아이큐'에 나오는 내용으로 수학 이론을 설명하고 딱딱한 내용을 부드럽게 풀어나가는 걸 보고 수학에 흥미를 느꼈다"고 하자 대강당이 박수소리로 뒤덮였다.
한국일보와 서울대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후원한 이번 공개 강연이 22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1, 22일 이틀 동안 중ㆍ고교생과 학부모, 인솔 교사 등 1,800여명이 서울대 문화관을 가득 채웠다.
강 교수는 이날 오전 강연에서 수학이 아름다운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당연한 것을 증명하려 한다는 것이 첫째 이유로 이를 위해선 엄밀한 논리과정이 필요하다. 얼핏 보기에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게 두번째 이유"라고 설명했다.
'화합(和合)과 화합(化合)'을 강의한 김희준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직접 클라리넷을 불어 화학적 작용을 설명했다. 서로 다른 음들이 화합(和合)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 듯 자연에서는 수소 산소 탄소 등 서로 다른 원소가 화합(化合)해 물 이산화탄소 등 각종 화합물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김 교수는 "조화에 초점이 맞춰진 음악의 화합과 달리 자연에서의 화합은 변화에 초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연자에게 못다한 질문을 하고 사인도 받기 위해 학생 수십 명이 줄을 서는 풍경은 이날도 계속됐다.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 3학년 김예은(16)양은 "음악의 화합에 일정한 규칙이 있듯이 혹시 우주의 화합에도 그런 규칙이 있는지 궁금해 교수님께 여쭤보려고 한다"며 "이번 강연 중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대한 물음을 던져준 'SF영화와 경계에 관한 탐구'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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