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되고 매몰된 돼지 사체가 부풀어 튀어나오는 등 환경재앙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매몰지 주변에 지하수 관정이 전국적으로 1만3,0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식수원 오염’ 공포가 커지고 있다.
침출수 유출, 매몰 돼지 땅 밖으로
인천 강화에서는 매몰지 51곳 가운데 4곳에서 침출수가 유출된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강화군 내에서 살처분 규모가 가장 컸던 화도면 A농장(돼지 2,932마리)에서는 매몰지에 쌓인 눈이 녹으면서 흙이 함께 흘러내렸고 이 틈으로 침출수가 샌 것으로 파악됐다. 강화군 관계자는 “침출수가 흐를 정도는 아니고 소량이 땅 표면으로 솟아 고였다”면서 “악취가 발생해 흙을 다시 쌓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돼지 1,339마리를 매몰한 화도면 B농장과 C농장, 불은면 D농장 매몰지에서도 침출수가 발생, 최근 성토 작업을 마쳤다.
경기 여주군 여주읍 연라리 매몰지에서는 살처분된 가축의 일부가 매몰지 밖으로 드러났다. 여주환경운동연합은 이 지역에 매몰된 돼지의 다리가 땅을 뚫고 나온 사진 등을 22일 공개했다. 이곳에서는 매몰된 돼지의 지방질로 보이는 하얀 물질이 지표에 굳어있는 것이 목격됐다. 이에 앞서 경기 이천시에서도 부패 과정에서 발생한 가스가 팽창해 매몰 돼지가 땅 위로 튀어나온 사례가 모두 6곳에서 발생했다(본보 2월18일자 1면 보도).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침출수 현장에서 고라니, 너구리 등의 발자국들이 확인됐다”면서 “이들 동물들로 인한 세균 감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수원 오염 현실화하나
행정안전부는 22일 “매몰지 인근 300m 안에 있는 지하수 관정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전국적으로 1만3,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몰지 한 곳당 평균 약 3개의 관정이 위치해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7,000여 곳, 충남 1,017곳, 충북 1,765곳, 강원 1,500여 곳, 경북이 1,100여 곳 등으로 추정됐다.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미신고 지하수 관정이 적지 않은 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몰지 조성작업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실제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지하수 관정이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 생활용수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매몰지 300m이내에 지하수 관정이나 하천이 위치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식수원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매몰지 침출수를 주기적으로 수거해 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민들의 걱정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구제역 2차 오염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행안부는 지하수 관정의 위치, 매몰지와 관정의 거리, 지하수 흐름 방향, 수질 오염 여부 등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지차체들도 구제역 발생지역 주민들에게 페트병 식수를 공급하는가 하면(경기 안성시), 12억원을 들여 매몰지 둘레에 13m 높이의 콘크리트 차수벽을 설치하고(경남 김해시) 매립지 실명제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경기 여주군).
행안부는 이와 함께 매몰지 종합정보지도시스템을 구축, 매몰지 위치 및 지질 정보, 매몰 가축 종류, 매몰 두수 등 관련 정보와 침출수 대응조치 등의 상황을 전산화해 통합 관리할 계획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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