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인터넷(와이브로)망을 이용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겠다며 제 4 이동통신 사업을 신청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24일 방송통신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다 기존 이동통신업체의 통신망을 빌려 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가상이동통신망업체(MVNO)들도 현 제도의 문제점을 들어가며 사업을 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어, 사실상 국민의 통신비를 낮춰줄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서민들에게 부담스러운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기존 3개 이통업체 외에 더 많은 통신업체를 만들어 치열한 경쟁으로 요금을 끌어내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같은 현실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이통 시장은 전국민 대비 가입률이 100%에 이를 만큼 포화상태여서 신규 사업자가 등장해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여기에 업체마다 각종 불만이 산적해 사업을 시작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KMI 불허
방통위는 24일 휴대인터넷 주파수를 이용해 기존 이통업체보다 20% 이상 저렴한 요금으로 이통사업을 하겠다고 신청한 KMI에게 사업 허가 및 주파수 할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KMI는 기간통신사업 허가 심사에서 100점 만점에 66.545점, 주파수 할당 심사에서 100점 만점에 66.637점을 얻어 모두 통과 기준인 70점을 넘지 못했다.
최재유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심사위에서 KMI 주요 주주들의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을 위한 자금 조달이 힘들고, 특화된 사업 전략도 없으면서 경쟁업체보다 20% 저렴하게 설정한 요금이 현실성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KMI 측은 방통위 심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KMI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인 재향군인회가 청문심사에서 자금조달 이행 계획 자료 등을 충분히 제출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와서 이해할 수 없다"며 "방통위 정책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KMI는 계속 사업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 국장은 "두 번 심사 결과에서 문제된 주요 주주 구성 내용이나 영업계획을 현실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VNO 사업 시작조차 못해
온세텔레콤, 한국케이블텔레콤(KCT), CJ헬로비전 등 MVNO들도 제도적 문제점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MVNO들이 가장 크게 문제 삼는 부분은 최대 44%로 책정된 도매대가 할인율이다. MVNO들은 방통위에서 이를 55~60%까지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매대가 할인율이란 MVNO가 이동통신업체에게 통신망을 빌리는 값이다. 예를 들어 소매가격 100원인 상품을 44% 할인된 56원에 사서 적당한 이윤을 붙여 100원보다 싸게 팔게 된다. 따라서 할인율이 높아질 수록 구매해서 이를 되파는 MVNO쪽에게 이익이 더 많이 돌아간다.
도매대가 할인율은 법적으로 1위 업체인 SK텔레콤에 의무 적용된다. 따라서 SK텔레콤이 도매대가인 망 임대료를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수준에서 정할 가능성이 높다. 장윤식 KCT 사장은 "휴대폰 보조금,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도매대가 할인율 44%로는 남는 게 없다"며 "이렇게 되면 MVNO들은 기존 이통사보다 20%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할 수 없어 사실상 통신비 인하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MVNO들은 휴대폰 수급 문제도 하소연하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에 일정 수량 이상의 물량 보증을 해야 싸게 사올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그래서 MVNO들은 기존 이통사에서 공급받은 휴대폰을 같이 사용하자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SK텔레콤 등 기존 이동통신업체들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도매대가 할인율 44%도 벅찬데 추가 할인에, 휴대폰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그렇다 보니 MVNO들은 지난해 9월부터 MVNO 법이 시행돼 사업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에서 MVNO 사업을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MVNO법에 명시된 44% 할인 외에 추가로 이용자가 다량 가입할 경우 15%를 더 할인해 총 60% 가까운 할인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달 말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MVNO 전담반까지 만들어 대책을 찾고 있으나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다량 가입 시 추가 할인해 주는 방안을 포함할 계획이지만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수치를 아직 도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이 없는 권고여서 지켜질 지도 의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장 실효성 있는 것은 법 개정이지만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보일까봐 조심스럽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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