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년여 만에 전격 귀국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가 출국할 때부터 '기획도피설'이 나왔고 정권 실세에 의한 '귀국만류설'까지 떠돌았던 터라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말 그림 로비 의혹에 휘말렸던 한 전 청장은 국세청장 연임을 위해 정권 실세들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는 폭로가 나오자 이듬해 1월16일 자진 사퇴했다. 그리고 두 달 후 돌연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야당에서는 '현 정권 실세와 교감 아래 기획출국을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한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정권에 부담이 될 만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여권에서 출국을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한 전 청장은 출국 후 뉴욕주립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머물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연구활동이 끝나면 귀국하겠다"고 말하며 검찰의 거듭된 귀국 요청을 피해왔다. 그는 2009년 11월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인사청탁 로비 의혹에 대해선 "끝도 없는 진실 왜곡"이라고 했고, 기획출국설에 대해서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의 체류기간이 장기화되자 지난해부터는 여권 실세 라인이 그의 귀국을 막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인이 암 수술을 받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것은 구속 수사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라 정권 내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따라붙었다.
일단 검찰 안팎에서는 그가 한국 땅을 다시 밟은 것은 몸이 불편한 부인을 간병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연차 게이트 관련 핵심 인물들의 사법처리가 지난달 대법원 확정 판결로 마무리된 것도 귀국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귀국을 결정하기까지 정권 실세와 어느 정도 조율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아직은 가능성의 차원에 불과하다. 검찰도 세간의 의혹을 의식한 듯 한 전 청장의 미국생활과 귀국 배경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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