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이행 성적은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레임덕(lame duck∙ 절름발이 오리)이란 용어는 본래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맞닥뜨려야 하는 권력누수 현상을 뜻한다. 하지만 광의로 해석하면 레임덕은 대통령 임기 말의 권력누수 현상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임기를 2년이나 남겨 둔 이명박 대통령에게 레임덕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생각도 그렇다. 그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5년은 평지의 릴레이"라고 말했다. '나의 사전에 레임덕은 없다'는 선언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5년 단임제 도입 이래 역대 대통령들은 4년 또는 5년 차에 레임덕과 맞닥뜨렸고, 5년 차에 여당을 탈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서서히 레임덕의 길로 접어들었다. 부동산 폭등에 따른 민심이반이 있었고, 인사 문제로 열린우리당과 충돌했다. 대연정과 원포인트 개헌 등 정치이슈를 꺼냈지만 되려 역풍을 맞았고, 그는 이듬해 여당을 탈당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 4년 차부터 시작된 '3대 게이트'와 여당의 분열 등으로 레임덕으로 내몰렸다. 급기야 아들 홍업∙ 홍걸씨 형제가 구속됨으로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흔들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6년 12월 노동법 날치기 무리수 이후 집권 5년 차인 1997년 초 한보게이트와 차남 현철씨의 이권개입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속절없이 레임덕으로 내몰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도 4년 차인 1991년은 쇠락의 해였다. 결국 역대 대통령은 여권 내부의 반란, 권력형 비리 돌출, 선거 패배, 무리한 국정운영 등으로 예외 없이 레임덕에 이르렀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임기 말 징후가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이 반기를 든 것이나, 장수만 방위사업청장 등 측근들이 함바집 운영권 로비 의혹에 얽힌 것 등을 두고 '레임덕 경보'가 울렸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올해 전국 단위 선거가 없고, 이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가 역대 대통령과 달리 40~50%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론도 있다. 과연 이 대통령은 집권 4년 차에 레임덕의 함정을 잘 피해 나갈 수 있을까.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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