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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그림 속에 상대성 이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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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그림 속에 상대성 이론이…"

입력
2011.02.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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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서울대 자연대 주최 '청소년 자연과학 강연''과학과 예술' 주제에 참가자들 뜨거운 호응강연 후 줄 서 사인받기도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아비뇽의 처녀들'을 보면 눈은 정면에서, 코는 옆에서 본 모습이에요. 상대성이론에서 공간을 해석하는 시각과 비슷하죠. 피카소가 상대성이론을 알았을까요? 아마 몰랐을 겁니다. 그런데도 피카소가 습작한 데생을 보면 4차원의 정육면체를 평면에 그리는 등 기하학적인 데생이 많아요. 예술가들은 과학을 잘 몰랐지만 과학자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죠."

한국일보와 서울대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협찬한 '제18회 청소년을 위한 자연과학 공개강좌-자연과학과 예술의 만남' 첫날인 21일 오후. 김제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의 설명에 1,800석 규모의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을 가득 채운 중고등학생들과 학부모 인솔교사 등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 교수는 '피카소, 아인슈타인 3.0'이란 주제로 과학과 예술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를 설명했다. "고대 희랍시대에는 예술과 기술을 뜻하는 단어가 하나였을 정도로 둘의 관계가 깊어요. 말에 탄 여성이 나무 기둥을 뚫고 달리는 마그리트의 그림 '백지 위임장'은 두 개가 서로 섞이고 엉키는 원자의 세계를 그린 거죠." 김 교수가 피 속 헤모글로빈의 진동을 음으로 옮긴 어색한 음악을 들려주자 학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관찰은 과학적 영역인 것 같지만 예술사에 길이 남는 대가들은 모두 관찰을 잘 한 사람들입니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은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철저히 관념의 세계였던 종교화에 실재하는 대상을 관찰해 그려 넣어 르네상스를 주도한 14세기 이탈리아 화가 지오토 디 본도네를 예로 들었다.

이 관장은 "지오토가 '동방박사의 경배'에 그려 넣은 당시로선 충격적인 자연현상이랄 수 있는 핼리혜성은 미술과 과학 역사를 통틀어 최초로 그림에 기록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1986년 유럽 우주국은 핼리혜성의 핵 사진을 찍기 위해 보낸 탐사선을 지오토라고 명명했다.

이 관장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고의 예술가로 남게 된 것 역시 관찰의 힘이라고 역설했다. 사람 눈과 대상 사이의 공기 때문에 대상이 흐리고 푸르게 보이는 공기 산란효과를 관찰했기 때문에 파격적인 대기원근법을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임경순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현대과학과 현대미술'을 주제로 과학과 미술이 함께 발전해왔음을 설명했다. 임 교수는 "마르셸 뒤샹의 작품 '큰유리'에는 전통적인 유성 페인트나 도료 외에도 납 와이어, 알루미늄 포일 등이 사용되었는데, 당시의 과학적 발견과 장치의 영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영화에서 과학을 풀어냈다. 'SF영화와 경계에 관한 탐구'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장 교수는 여러 편의 영화에서 제기된 인간과 기계, 자연과 인공, 인간과 동물, 지구와 외계 등 다양한 경계와 구분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장 교수는 "SF영화는 과학적 이해를 무시한 허구가 아니라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라고 풀이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각 강연 사이마다 5분 가량 주어진 질문 시간에는 앞다퉈 물었고, 강연자에게 달려가 줄을 서서 사인을 받았다. 이명옥 관장에게 사인을 받고 포옹까지 한 최연(17ㆍ부천 송내고1)양은 " 등 평소 관장님이 쓰신 책을 읽고 깊이 감명을 받아 일부러 왔는데 강연도 정말 재미있었다"고 기뻐했다.

경북 영덕군내 3개 고등학교 학생 30명을 인솔해 온 영덕군청 총무과 최현순(35)씨는 "자연과학은 딱딱하기 쉬운데 예술을 주제로 하니까 정말 재미있다"며 "작년 유럽여행 때 봤던 명화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공개강좌는 23일 오전까지 이어지며 이틀간 강연을 모두 수강한 학생에게는 수료증을 수여한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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