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하철 1호선(경인선) 종착역인 인천역 주변에는 인천 개항(1883년) 당시 지어진 근대건축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인천역에서 나와 길 건너 중국식 지붕을 얹은 패루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차이나타운이 보인다. 인접한 자유공원에 들어서면 1884년에 만들어진 일본과 청나라의 공동 조계지(치외법권 지대) 계단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인근에는 흰색 단층건물인 제물포구락부가 우뚝 서 있다. 이 곳은 당시 제물포에 거주하던 미국과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외국인들이 사교장으로 사용한 건물이다. 계단을 내려와 남서쪽 신포동쪽으로 가면 일본영사관의 금고역할을 했던 옛 일본 제1은행과 당시 인천상인들이 북적이던 옛 일본 18은행들이 반긴다. 이밖에 1888년 건립된 옛 일본우선주식회사를 비롯, 답동 성당, 옛 인천우체국 등 다양한 형태의 근대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근대 건축물이 산재해 있는 인천 중구 신포ㆍ북성ㆍ동인천동 일대가 인천 문화관광 관문인 '개항장 문화지구'로 조성하는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인천시와 중구는 중구 신포ㆍ북성동 일대 53만7,000여㎡ 규모의 개항장 문화지구 활용ㆍ보존 방안을 담은 관리계획을 최근 승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4월까지 관련 조례 제정을 거쳐 오는 5월부터 복원 및 체계적 관리작업에 본격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1월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지구로 지정된 개항장 문화지구는 앞으로 무분별한 개발이 억제되며 근대건축물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ㆍ관리가 이뤄지게 된다. 개항장 문화지구에는 등록문화재 4개소와 시지정 문화문화재 7개소, 추천 및 보조대상 근대건조물 64개소 등 모두 75개 근대 건축물이 있다.
인천시는 문화예술시설과 관광 편의시설을 육성해 서울의 대학로와 인사동, 파주의 헤이리와 같이 지역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는 신포동 일대에 어울리는 다문화 창조지구 콘텐츠를 개발하고, 도보 탐방길 확장과 아트 골목길 사업을 적극 펼치기로 했다. 또 문화시설 및 공연단체, 공방과 양장점 등의 장인ㆍ수공예 업종, 기념품점과 전통찻집 등의 집객ㆍ편의업종을 권장시설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들 시설에는 취득세와 재산세를 50~100% 감면해 주고 5,000만원 한도에서 신ㆍ개축 등에 따른 이자보전금도 지원된다. 또 근대경관 조성을 위해 권장시설이 입주한 건축물의 신ㆍ개축에 대해서도 3,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조금을 지원된다. 인천시는 개항장 문화지구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는 2013년에는 중구 차이나타운, 월미도, 연안부두로 이어지는 문화관광벨트가 형성돼 연간 관광객이 230만명에, 관광수익은 728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 개항장 거리는 서울 대학로와 파주 헤이리에 이어 전국 세번째로 문화지구로 지정됐다"면서 "앞으로 전국을 대표하는 관광문화유적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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