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회장을 새 회장으로 맞아들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엊그제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지수 평가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허 회장 체제는 24일 공식 출범하는 터라 이번 건의의 출처가 어딘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행여라도 허 회장의 뜻이 실린 결정이라면 참으로 실망스럽다. "동반성장이 근원적 경쟁력"이라던 본인의 말과 어긋날 뿐 아니라 역할의 환골탈태를 주문하는 시대정신마저 망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상의와 자동차ㆍ철강ㆍ조선ㆍ전자정보통신 등 업종별 협회를 포함한 '경제계 의견'의 요지는 동반성장위원회가 만들고 있는 동반성장지수에 대기업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수 평가의 골자인 공정거래 협약 평가기준이 너무 엄격해 최우수 등급을 받는 대기업이 너무 적다는 불만과 함께 기업별 지수순위를 공개하지 말라는 요구가 골자다.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체감도 평가 항목에서 '물량공급의 안정성''공급가 조정의 합리성'을 제외해 달라는 구체적 주문도 있다.
중소기업계의 반박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런 내용의 전경련 보고서는 '재벌 로비단체'라는 구태를 답습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동반성장의 시대성에 흔쾌히 동의하며 약속했던 사항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보완 또는 완화 운운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지수 평가의 잣대인 공정거래위의 하도급 공정거래협약을 이행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 대상 기업의 30% 이상이 우수 이상 등급을 받도록 하고 기업별 순위를 비공개하자는 주장은 지수의 취지를 뒤엎는 발상이다.
솔직히 말해 재계의 신망과 시장의 기대가 큰 허 회장이 이번 보고서를 주도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 그랬다면 허 회장은 전경련의 역할을 잘못 이해한 책임을 져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과거의 사고에 물든 퇴행적 조직과 문화를 전면 물갈이하는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그것이 허 회장에게 맡겨진 소명이고, 전경련의 존재이유를 되찾는 길이다. 전경련이 공공연히 시대착오적 주장을 내놓게 방치한 동반성장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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