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개척 정신을 그라운드로 옮긴 게 미국프로풋볼(NFL)이라면 이를 자동차 경주장에서 구현한 이벤트가 바로 나스카(NASCAR)다.
미국 최대 자동차 경주인 나스카의 시즌 개막전인 데이토나(DAYTONA) 500은 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과 비교될 만큼의 명성을 자랑한다. 2006년에는 데이토나 500을 보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2,000만명의 시청자가 TV 앞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올해로 53회째를 맞은 데이토나 500이 21일(한국시간) 변함없이 플로리다 데이토나 비치의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에서 열렸다. 15만 관중의 환호를 한 몸에 받은 영광의 챔피언은 트레버 베인(20ㆍ미국)이었다. 베인은 2.5마일 서킷을 208바퀴 도는 520마일(836.9㎞) 레이스에서 3시간59분24초를 기록했다. 2위(칼 에드워즈)와의 격차는 불과 0.118초.
1991년 2월19일생인 베인은 현지시간으로 만 20세 생일 바로 다음날 데이토나 500에 출전했다. 지난해 나스카 스프린트 컵 시리즈에 데뷔, 데이토나 500 출전은 이번이 처음인 베인은 150만달러(약 17억원)의 우승 상금을 생일 선물로 받은 셈이다.
"너무 긴장돼 뜬눈으로 밤을 샐 수밖에 없었다"는 베인은 레이스 후 우승 차량을 세울 시상 위치도 헷갈릴 만큼 어리둥절해했다. 우승 뒤 첫마디도 "장난 아니죠? 도무지 믿을 수가 없네요"였다.
인구 15만명 남짓의 테네시주 녹스빌 출신으로, 바로 전날 10대를 벗어난 베인은 TV 애니메이션 '러그래츠'를 즐겨보고 일주일에 고작 한번 면도한다. 공식적으로는 20대지만 마음은 아직 10대. 베인은 이날 우승으로 데이토나 500 사상 최연소 우승자로 기록됐는데 종전 기록 보유자인 제프 고든(28위)은 베인을 두고 "대단한 아이(kid)"라고 했다. 1997년 25세의 나이로 우승한 고든은 "베인 같은 신성(新星)이 등장해 생기를 불어넣는 현상은 나스카 전체에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전까지 톱10 진입 경험조차 없었던 베인의 '깜짝' 우승에는 행운도 따랐다. 74차례나 선두가 바뀌는 기록적인 접전 속에 주행 중 사고도 16번이나 발생해 이변의 여지가 많았다. 베인은 43대 중 32번째로 출발하고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베인이 우승 후보로 꼽은 토니 스튜어트는 13위에 머물렀고, 최고스타 데일 언하트 주니어는 24위에 그쳤다.
베인의 발견으로 개막전을 마친 2011시즌 나스카는 이후 11월까지 35차례 레이스를 더 펼친다.
▲데이토나 500은?
데이토나는 지역명, 500은 서킷 길이(마일)의 기준이다. 500마일 안팎의 길이를 질주해 자웅을 겨룬다. 미국개조자동차경주협회(나스카) 시즌의 개막전 명칭으로, 예선(게토레이 듀얼)을 거쳐 결선인 데이토나 500의 출발 위치를 정한다. 서킷은 지극히 단순하다. 이렇다 할 굴곡도 없는 펑퍼짐한 타원형 서킷이 무대다. 개조차의 성능도 거의 같아 오로지 드라이버의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복잡한 서킷에다 머신(경주차) 성능의 비중이 큰 포뮬러 원(F1)과는 확연히 다른, 화끈한 미국식 경주다. 최고 시속은 300㎞에 근접하지만 평균 시속은 150㎞ 정도다. 변수가 많았던 올해는 우승자 베인이 탄 포드의 평균 시속이 130㎞에 불과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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