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를 기치로 내건 아들의 분투에 투병 중인 부친은 눈물을 훔쳤다. 나상욱(28ㆍ타이틀리스트)의 아버지 나용훈(58)씨는 21일 "아들이 미안하다는 말부터 먼저 하더라. 기회는 곧 다시 오리라 믿는다"고 했다.
나씨는 지난해 말 귀국한 나상욱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아 백혈병을 발견했다. 나상욱은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아버지를 위해 우승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결과는 비록 각오대로 흐르진 못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대견스럽기만 했다.
나상욱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 골프장(파71ㆍ7,298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총상금 650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 4개씩을 주고 받으며 제자리 걸음을 한끝에 이븐파 71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는 9언더파 275타로 단독 3위. 우승은 12언더파 272타의 애런 배들리(호주)가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라 역전 우승을 노렸던 나상욱은 초반 퍼트 난조에 발목을 잡혔다. 나상욱은 7번홀까지 버디와 보기 2개씩을 주고 받으며 추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고 8번홀의 3퍼트로 흔들렸다. 5m 거리의 버디 기회에서 보기로 홀아웃했고, 10번홀의 2.6m짜리 파퍼트도 실수로 이어졌다. 우승권에서 멀어진 나상욱은 파5홀인 11, 17번홀에서 버디 2개를 잡아 순위를 3위로 끌어올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올시즌 3연속 컷오프 끝에 최고 성적이다.
노심초사하며 새벽부터 아들의 경기를 지켜본 아버지 나씨는 "골프는 하늘이 내려준 기술이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아들이 앞으로 사회에 좋은 일도 많이 하면서 행복을 찾으면 좋겠다"면서 "우승이야 하면 당연히 좋은 것 아닌가. 기회가 곧 올 거라 믿는다"고 했다.
한편 최경주(41ㆍSK텔레콤)는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기록,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공동 7위를 차지하며 시즌 첫 10위권에 진입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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