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눈을 모으는 행사다. 누군가는 칸, 베를린,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4대 영화제라며 호들갑을 떤다. 축제(Festival)가 아닌 시상식(Awards)인데도 3대 영화제(베니스영화제는 요즘 3대 영화제 취급도 못 받는다)와 묶으려 하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그 답답한 마음만은 알만 하다. 지구촌의 시선을 모으는 행사를 '참 좋은데' 이외엔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그랬으리라.
따지고 보면 남의 잔치다. 행사 주체도 미국 영화예술아카데미협회다. 그런데도 누구에게 영예가 돌아갈지, 누가 또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펼쳐낼지 호기심이 그치지 않는다. 28일 83회를 맞는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은 할리우드가 여전히 세계영화의 중심임을 그렇게 웅변한다.
그들만의 잔치지만 남을 위해 마련한 선물도 있다. 외국어영화상은 태생적으로 폐쇄적인 아카데미가 지닌 유일한 국제적 부문이다. 1957년 제29회 때부터 외국어로 된 우수영화(영국영화는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에 상을 준다.
아카데미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일까. 아시아 언어로 제작된 영화들엔 인색했다. 2001년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처음 수상했고, 2009년 일본 영화 '굿바이'가 두 번째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1976년 일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데루수 우자라'가 상을 받았지만 러시아어로 가득 찬 영화였다.
한국영화는 한 번도 후보명단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올해엔 김태균 감독의 '맨발의 꿈'이 문을 두드렸지만 역시나 열리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각종 영화제에서 성가와 기세를 올린 한국영화의 자부심이 무색하다.
올해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가 구성한 5인의 심사위원회가 아카데미 출품 영화를 뽑았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나란히 오른 '시'와 '하녀' 등 6편이 신청을 했다. 심사 총평에 따르면 '하녀'는 "노출 장면이 보수적인 아카데미 회원들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시'는 "촬영이 평이하고 상영시간이 길어 집중하기 쉽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탈락했다.
심사위원회는 "정치적 논의는 없었다"며 공정성을 주장하나 과연 경쟁력 있는 작품을 선정했느냐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는 최근에 미국 개봉했고, '하녀'도 1월부터 상영 중이다. '맨발의 꿈'은 기약이 없다. 미국에서 보기조차 힘든 영화에 아카데미가 눈길이라도 줄 수 있을까. 떡 줄 사람을 생각지도 않는 심사라면 아카데미는 영영 남의 잔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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