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전역으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면서 현지 주민이 한국 건설업체의 공사 현장을 습격해 근로자들에게 부상을 입히고 있어서 리비아 한국 교민과 근로자의 안전 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오후 11시(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인근 신한건설 공사 현장에 주민 500여명이 난입해 한국인 3명이 부상당했다고 외교통상부가 21일 밝혔다. 반정부 시위대에서 폭도로 돌변한 주민은 신한건설 측 근로자들과 대치하면서 칼까지 휘둘러 방글라데시 노무자 1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한국인 근로자들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지만, 방글라데시인 2명은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현재 주민이 물러나 대치상태는 풀렸다"면서 "부상자들은 병원 이송이 여의치 않아 자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 바레인으로 확산된 중동 시위 사태에서 한국 기업 근로자가 부상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벵가지의 현대건설 공사 현장에도 주민 20~30명이 차량 7대와 컴퓨터를 탈취해 갔으며, 한국인 직원 15명은 인근 대우건설의 발전소 건설 현장으로 대피한 상태다. 또 18일에는 동부 데르나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던 원건설 공사 현장에 주민 300여 명이 기습해 와 직원 70명이 인근 학교 및 시내의 모처로 대피했다. 리비아에는 근로자 1,300여 명을 포함해 모두 1,500여 명의 한국인이 체류하고 있다.
정부는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되면 전세기 파견을 포함한 특별항공수송대책을 마련해 현지 한국 교민과 근로자들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리비아 현지에 진출한 국내 20여 개 건설업체들도 현지 철수를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한국인을 제외한 노무자 2만여 명의 안전한 대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