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KT와 아이폰4로 맞붙는다.
SK텔레콤이 23일 애플의 아이폰4를 다음달부터 판매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이제 KT와 같은 제품을 놓고 스마트폰 경쟁을 벌이게 됐다. 그동안 KT는 독점 판매한 아이폰을 경쟁력으로 내세웠으나 이제는 불가능하다. 물론 KT는 아이폰 독점 공급이 깨지더라도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표현명 KT 사장은 지난달에 "경쟁사에서 아이폰을 출시해도 KT가 그동안 쌓은 경험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며 일찌감치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를 견제하는 발언을 했다.
애플로서는 복수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큰 득이 된다. 실제로 아이폰을 출시한 91개국 가운데 미국을 비롯해 절반이 넘는 51개국이 복수 업체에서 아이폰을 판매한다. 이제 그 대열에 한국도 낀 셈이다. 소비자들은 굳이 이통사를 옮기지 않아도 아이폰을 살 수 있어 반가운 일이다.
SK네트웍스에서 유통
SK텔레콤은 KT보다 늦게 아이폰을 들여온 만큼 SK네트웍스까지 동원해 총력전을 펼 예정이다. SK네트웍스는 SK텔레콤의 전국 대리점과 각 판매점에 휴대폰을 공급하는 유통창구다. 따라서 SK텔레콤 가입자들을 위한 아이폰4 판매와 개통도 SK네트웍스에서 맡게 된다.
이에 대비해 SK네트웍스는 이미 지난해 말 애플 전문매장을 개설했다. 지난해 말 서울 상계동 노원 지하철역 인근에 문을 연 컨시어지(Concierge) 1호점은 아이폰4,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 기기 대부분을 판매한다. 그동안 컨시어지는 아이폰4를 KT 가입자용으로 판매했으나 다음달부터 SK텔레콤 가입자용으로 판매하게 된다. SK네트웍스는 추가로 서울 화양동 건국대 근처에 2호점을 내는 등 컨시어지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아이폰5 도입을 위한 포석
SK텔레콤이 뒤늦게 아이폰4 도입에 나선 이유는 아이폰5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SK텔레콤은 애플이 요구한 아이폰 이용자당 일정 수수료 지급 등의 조건을 들어주면 아이폰을 판매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아이폰4의 전제품인 아이폰3GS를 들여오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냉혹했다. SK텔레콤이 아이폰을 포기한 사이 KT는 2009년 11월 말에 아이폰3GS를 들여오고 지난해 9월에 아이폰4를 내놓으면서 국내 아이폰 이용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물론 지난해 6월에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를 탑재한 갤럭시S를 내놓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6개월 이상 뒤쳐졌다.
그 바람에 지난해 이통사들의 시장점유율은 명암이 엇갈렸다. 아이폰을 내놓은 KT가 지난해 1월에 31.3%에서 11월 말 31.6%로 올라간 반면, SK텔레콤은 1월에 50.7%에서 11월 말 50.6%로, LG유플러스는 1월에 18%에서 11월 말 17.8%로 떨어졌다. 양 사가 잃어버린 점유율을 KT가 고스란히 가져간 셈이다.
따라서 SK텔레콤으로서는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아이폰5 만큼은 KT에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이 아이폰4 출시를 계기로 아이폰5는 물론이고 아이패드까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도 같은 이유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관계가 미묘해 진다. 그동안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갤럭시S를 공동 개발해 독점 공급하는 등 밀월 관계를 유지했으나 아이폰을 들여오면 지금처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포화상태에 이른 이통시장에서 경쟁에 도움이 된다면 다양한 제품을 들여와야 한다"며 "제조사들도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