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통제와 검열 제도가 한국 근ㆍ현대에 끼친 영향을 살피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료를 분석해 근ㆍ현대의 성격을 캐는 실증주의 패러다임에서 한 걸음 나아가 사료 자체가 생산된 배경의 권력 작동을 연구해 객관성을 따지고 시대를 해석하는 작업이다.
일제 강점기 검열에 대한 2004~2010년 연구 결과가 지난달 (검열연구회 지음ㆍ소명출판 발행)로 묶여 나왔다. 이어 18, 19일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에서는 ‘탈식민 냉전 국가의 형성과 검열’ 학술회의가 열렸다.
검열 연구는 식민 통치와 냉전 형성의 이면에 존재하는 권력의 생리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 검열 제도라는 문제의식에 바탕을 둔다. 은 강점기 신문 잡지 음반 연극 영화 등에서 부분적으로, 또는 통째 지워진 부분들을 통해 제국주의의 장악과 통제 욕망을 밝힌다. 박헌호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는 “검열을 통해 제국 일본과 식민지 조선의 성격을 탐색하는 작업은 동아시아 근대화의 성격을 이해하는 일과 결부”(272쪽)돼 있다고 분석한다.
학술회의에서는 남한 특유의 탈식민 냉전국가의 이념과 문화가 모양을 갖추는 데 검열 체제가 맡았던 역할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정근식 서울대 교수와 최경희 시카고대 교수는 “해방 정국과 분단국가 형성기, 휴전 체제 하에서 검열과 선전, 전향의 트라이앵글은 재생했고 재구성됐다”며 “1980년대 후반 한국 사회의 민주화는 식민지 검열과 사상 통제의 부정적 유산들을, 2000년대의 과거 청산은 식민지적 선전의 부정적 유산을 정리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김득중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사는 국가 이념의 형성에서 군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육탄 10용사 영웅주의 유포 사례를 통해 “반공주의 형성 과정에서 군의 정훈조직은 장병들에 대한 교육을 뛰어넘어 민간 정치 경제 이념 영역에 적극 개입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해방 직후 미군정의 첩보 활동이 경찰국가의 부활에 미친 영향, 문학 영화 음반 등의 검열을 통한 냉전 체제 고착화에 대한 연구 등이 소개됐다.
유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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