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장애를 가진 아들의 손발이 돼 대학을 졸업시킨 어머니가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21일 연세대에 따르면 연세대의 스티븐 호킹으로 잘 알려진 신형진(28ㆍ컴퓨터과학과)씨의 어머니 이원옥(65)씨가 오는 28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을 예정이다.
학교 측은 “신씨의 어머니는 다른 학생이 그냥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수십 배 노력을 들여 학교에 다녔고, 학내 장애인 시설을 개선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며 "공로상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명예졸업장 수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적을 둔 적이 없는데도 대학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후 7개월부터 희귀병인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아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된 신씨는 2002학년도 정시모집에서 특별전형으로 연세대에 입학했다. 신씨는 2005년 건강이 나빠져 휴학을 하기도 했지만 눈의 움직임을 읽어 컴퓨터가 작동하는 안구 마우스로 리포트를 쓰면서 매 학기 2∼3과목을 수강했다. 이씨는 휠체어로 등교하는 아들과 수업을 함께 들었고 이해하기 어려운 전공과목 강의내용을 모두 받아 적었다. 다른 학생들이 1~2시간 동안 보는 시험을 아들이 6~7시간이나 걸려 치를 때도 늘 곁을 지켰다.
이씨는 “작년 2학기에 등록하면서 ‘이번 학기만 잘 해주면 졸업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형진이가 졸업하면 더는 학교에 오지 못하겠구나’싶어 서운하기도 했다”며 “다음달이 되면 강의도 없는데 습관적으로 시계를 보면서 신발 신고 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졸업식 직후 신씨 부모는 학창 시절에 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사람들을 초청해 고마움을 전하는 파티를 열 예정이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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