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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론 봇물/ 석연찮은 경찰… 못 밝히나 안 밝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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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론 봇물/ 석연찮은 경찰… 못 밝히나 안 밝히나

입력
2011.02.21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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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좀처럼 실체에 접근하지 못한 채 의문만 부추기고 있다. 통상적인 관행과는 다른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돼 "도대체 수사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특사단의 노트북에 묻은 지문의 주인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가정보원 침입조가 손을 댄 노트북에서 나온 지문은 모두 8개다. 이중 2개는 특사단의 지문으로 확인됐고 2개는 감식 불능으로 나왔다. 문제는 나머지 4개의 지문인데, 경찰은 수사가 시작된 지 1주일이 넘도록 4개의 지문 확인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이 정도 대조 작업을 했으면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라고 말을 흐리면서 "지문 데이터베이스에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침입조의 정체가 영원히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내비친 셈이다. 침입조가 훔친 노트북을 특사단 아흐마트 보좌관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지문을 조심스럽게 지웠거나, 경찰이 국정원의 압력 때문에 지문 감식을 허술하게 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16일 밤 사건 신고를 받은 직후 과학수사팀도 현장에 출동시켰지만 나흘이 지난 20일 오후에야 지문 감식을 의뢰했다.

침입조가 특사단 숙소인 롯데호텔 1961호의 문을 어떻게 열었는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외국 귀빈이 많이 투숙하는 롯데호텔의 특성상 호텔측의 개입 여부에 따라 향후 신인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호텔 직원의 조력이 있었다는 설도 있지만 CCTV 화면상으로는 문을 열 당시에는 침입조 3명만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누가 문을 열었는지 밝힐 의지가 없는 것 같은 인상이다. 호텔측에 따르면 객실 문에 특정 단말기를 꽂으면 언제 어떤 카드키로 문을 열었는지 알 수 있어 호텔 직원의 개입 또는 카드키 절도 여부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호텔 관계자는 "관련 전산자료를 준비해 놓고 있다. 경찰이 요청하면 언제라도 제출할 수 있다"며 호텔측은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반면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 용의자 신원 파악이 먼저"라며 뒷짐을 진 자세다.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호텔 압수수색도 고려해야 하지만 경찰은 이 역시 관심 밖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통화내역 조회,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력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경찰이 지금까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호텔 관계자는 용역업체 파견직원인 룸메이드(객실청소직원) 3명뿐, 호텔 직원에 대한 조사는 전혀 없었다. 수사를 하기는 하는 것이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사건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의 수나 윗선의 개입 정도, 침입 동기, 침입조의 이동 루트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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