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제2도시 벵가지만이 아니었다. 이 곳에서 동쪽으로 430㎞ 떨어진 항구도시 토브룩에서는 22일(현지시간) 카다피 정권으로부터의 해방을 축하하는 총포가 쏘아 올려졌다. 리비아 동부지역 전체가 반정부군에 장악됐다고 현지 군인은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서방언론으로는 처음 토브룩에 들어간 로이터통신이 단독 보도한 이 도시의 광경은 완전한 해방구였다. 카다피 통치의 상징인 '그린 북'조각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린 북은 카다피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1975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정치이념서. 도심 광장에서 시위대는 그린 북을 쌓아놓고 불태웠고, 카다피의 초상화를 몽둥이로 때려부쉈다. 곳곳에 그려진 그래피티엔 '카다피는 가라' '지옥에나 떨어져라 카다피' '토브룩은 오늘부터 자유'라고 쓰여졌다. "우리는 시위를 하는 게 아닙니다. 이건 혁명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집트나 튀니지보다 더 많은 피를 흘렸어요." 나지 셸위(36)는 로이터에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반정부군이 된 군 장교 하니 사드 마르자(41)는 "동부지역 전체가 이제 카다피의 통제에서 벗어났다"며 "여기서 시위대와 군은 손잡고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복 차림의 한 남성이 교통정리를 하고 병원과 식료품점이 다시 문을 여는 등 토브룩은 반군 치하에서 안정을 찾고 있다.
토브룩에서는 18일 시위가 일어나 4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같은 날 경찰서는 시위대에 의해 완전히 불에 타 골조만 남았다. 반정부 세력이 이 곳을 장악한 것이 벌써 사흘째라고 현지 주민은 말했다. 시위대는 서방 기자를 반기며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이집트에 접해있는 리비아 국경도 이미 몽둥이와 소총으로 무장한 반정부 시위대가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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