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뽑힌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출신 교장 후보자 두 명에 대한 임용제청 거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내세운 '절차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의도가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후보자의 개인 비위가 아닌 절차상의 하자로 임용 제청이 거부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전교조 출신이 아니었어도 이렇게 꼬투리를 잡았겠느냐"는 일각의 비판은 그 동안 교과부가 보여준 교육 현안에 대한 정치적인 대응을 고려하면 상당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교과부는 시국선언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했다는 이유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직무 유기 혐의로 고발했으나 결국 무죄판결이 나와'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민노당 후원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해 교육감이 징계권을 갖고 있음에도 법원 판결 이전에 파면ㆍ해임 중징계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교과부는 그 동안 ▦강원ㆍ경기의 고교평준화 신청을 반려하고 ▦체벌금지 조치에 맞서 간접 체벌의 허용 방침을 밝히고 ▦무상급식과 관련해 학교신설비 예산을 감액하는 등 진보 교육감의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 시절인 2005년 "교장자격증을 갖지 않은 교원에게도 교장직 문호를 개방하자"며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제출했었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비서관 시절인 2008년에는 교과부의 교장 임명제청권을 시도교육감에게 위임하는 방침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런 장관의 행보가 달라진 것을 두고 진보 교육감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인 대응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교과부는 민노당 후원 교사들의 중징계와 관련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은 중대한 범죄"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장관 스스로는 이를 어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한준규 정책사회부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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