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만 노려… 국제무기상 조직원 가능성도경찰, 국과수에 CCTV분석 의뢰·신원확보 주력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괴한 침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3명의 괴한이 사전에 범행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군사 기밀을 노린 방위산업체 스파이 혹은 국제무기상 조직원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을 노렸나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했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은 T-50 고등훈련기 등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수출입을 논의하고 있는 다수의 군사 기밀 정보를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괴한들이 특사단 숙소에 침입한 이후 다른 물품에 손대지 않고 곧장 노트북만을 가지고 나가려 시도했다는 점에서 경찰은 이들이 처음부터 이러한 군사 기밀 자료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한편 인도네시아 특사단에 국방장관 외에 경제조정장관 산업장관 통상장관 투자청장 등 장관급만 5명이 포함돼 있었고 이번 방한 목적이 군사 분야뿐 아니라 경제협력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점에도 주목, 양국 경제협력과 관련된 산업스파이 혹은 북한측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남자 2명, 여자 1명 등 3명의 괴한이 특사단 숙소를 사전에 특정해 침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6일 오전 9시21분 괴한들이 침입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1961호는 19층에 있는 23개 객실 중 하나인 디럭스룸으로 특사단의 일원인 아그마트 드 로지오(40)씨가 혼자 묵고 있었다.
19층에 경호 인력 없었다
괴한들이 침입한 롯데호텔 19층에는 경비원이나 보안인력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관할서인 남대문서 등이 호텔에 파견한 경호 인력은 없었다. 호텔 측도 출입통제 등을 위한 보안팀을 따로 배치하지 않았다. 호텔 복도의 CCTV에도 경비원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분석 결과 19층 복도 중앙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일당이 (특사단의 방으로 보이는) 여러 방에 침입을 시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특사단이 방을 비웠다는 사실을 알고 그 틈을 노려 침입을 시도한 셈이다. 로지오씨는 경찰에서 "6분가량 방을 비웠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 인사들이 방한할 때 외교부에서 각각 등급을 정하기 때문에 국빈급이라 해도 항상 경호나 관리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번 인도네시아 특사단은 별도 등급이 없어 따로 경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깔끔한 옷차림의 30, 40대 남녀 3명
경찰은 "문제의 노트북에 어떤 자료가 있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특사단 측은 범행이 발생한 16일 밤 11시15분께 경찰에 "자료 유출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신고하면서 노트북을 제공했다가 이튿날인 17일 회수해 갔다. 경찰은 따라서 "노트북 내용을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핵심 증거물이라 할 수 있는 노트북을 특사단에 돌려준 상황에서 경찰 수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외부인의 침입 사실을 호텔 측에 우선 알리지 않고 바로 경찰에 신고한 점, "경찰의 정보 접근을 원치 않는다"며 노트북을 회수해간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노트북은 개인 용도라기보다 중요한 자료가 저장돼 있는 것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경찰은 일단 괴한의 신원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사단 진술에 따르면 괴한들은 깔끔한 검은색 옷차림의 30~40대로 보였다. 경찰은 특사단이 이들이 흑인이나 백인으로 특정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동양인 내지 한국인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CCTV에 찍힌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 2명과 여성 1명의 영상 분석을 통해 이들의 신원을 추적하는 한편, 20일 확보한 CCTV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보정 작업과 분석을 의뢰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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