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최고위원 부부들 초청 만찬갈등 양상 지도부 '화합 폭탄주'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부부동반으로 이뤄진 이날 만찬 회동의 주제는 '당청 간 화합과 단결'이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정권 재창출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작은 일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사 앞에 남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 그래야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정권 재창출을 이루려면 현 정권의 성공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건배사도 "건강과 사랑, 이해, 자기 절제, 이 모든 것을 위하여"라고 했다. 이에 안상수 대표 등 여당 최고위원들은 적극 공감을 표시하면서 역시 단합을 주제로 한 건배사로 화답했다. 안 대표는 "화합과 단결, 이명박정부의 성공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고, 김무성 원내대표는 "모두 힘을 합하자"고 소리를 높였다. 최근 개헌 문제를 놓고 안 대표 등과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홍준표, 서병수 최고위원도 "이명박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외쳤다.
청와대 내 상춘재에서 오후 6시부터 2시간30분간 진행된 만찬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개헌 등 현안 관련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면서 "이 대통령과 안 대표가 테이블을 돌며 술을 권했고, 와인과 막걸리를 섞어 마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 심 정책위의장, 원희룡 사무총장 등만 청와대 안가로 불러 개헌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당 지도부 내엔 묘한 갈등 기류가 흘렀던 게 사실이다. 홍 최고위원 등 안가에 초청받지 못한 최고위원들은 지난 17일 따로 오찬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만찬은 청와대가 당청 회동에서 배제돼 소외감을 느끼는 홍 최고위원 등을 달래기 위한 자리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만찬 도중 홍 최고위원 등에게 우스개 소리로 "최근 몇 분이 따로 밥을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을 하자, 일부 최고위원들이 "안 대표가 밥을 안 사서 그랬다"고 웃으며 받았다. 이에 이 대통령이 "내가 모두에게 밥을 한 번 더 사겠다"라고 해 만찬장에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실제 이 대통령은 2월 임시국회가 끝난 뒤 한번 더 이런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심각한 서민경제 상황을 걱정하면서 "생계형 운전자와 벤츠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똑같은 금액의 교통 범칙금을 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당에서 대안을 검토해 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만찬에는 정부 측의 이재오 특임장관과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김희정 대변인 등 청와대 참모들도 참석했다. 하지만 상춘재 내 좌석이 부족해 이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은 배우자와 동행하지 못했다. 최고위원 중 유일한 여성인 나경원 최고위원은 남편 김재호 판사와 함께 참석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장재용기자 j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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