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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천국의 눈물' 세계시장 내놓기엔…반공 이야기·연기력 여전히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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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천국의 눈물' 세계시장 내놓기엔…반공 이야기·연기력 여전히 한계

입력
2011.02.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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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눈물'이 개막 첫 주 주말인 5일께 가브리엘 베리를 비롯한 미국 연출과 스태프들이 철수한 후 한국 연출에 의해 진화했으나 아직 연기력 부족과 이야기 구조 문제는 여전하다.

21일 설앤컴퍼니에 따르면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 이 극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여주인공 티아나가 평생 자신을 속인 쿠엔에 분노하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이를 추스르는 극의 마지막 장면. 결국 티아나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해 쿠엔과 아버지를 떠나는 것으로 바뀌었다. “감정 표현을 좀더 자연스럽게 하고 한국 정서에 맞춰 표현한 것”이라는 게 한국 연출 윤정환씨의 설명이다.

극의 중간중간 등장해 배우들의 몰입을 방해하던 문 통과 신은 대폭 줄어들었으며 배우들의 동선도 등장과 퇴장이 용이하도록 간단해졌다. 시선을 분산시키는 무대영상도 일부 축소됐다.

그러나 일부 배우의 연기력은 아직도 수준에 못 미쳤다. 19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무대에서도 이 부분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물론 브래드 리틀, 김준수(시아준수), 윤공주의 가창력은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지만 아성(兒聲)이 그대로인 김준수의 노인 연기에 객석에서는 코웃음이 흘러나왔다. ‘지킬’과 ‘하이드’의 양면을 자유자재로 왔다갔다하는 조승우의 연기력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억지스럽다.

이야기 구조도 세계 시장을 노린다는 점에서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객석의 반응을 위해 선악을 분명히 하는 클리셰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 쳐도 미군과 대척 점에 섰던 베트콩을 일관되게 악의 화신으로만 묘사한 것은 보편적 정서에는 맞지 않으며 서사에 담긴 철학의 가벼움만 드러냈다. 당장 한류의 거점인 베트남에서 이 극을 그대로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특유의 반공 정서를 갖고 있는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의 냉전시대 역사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깊이 있는 사유를 드러내는 이야기는 준(김준수 분)이 베트콩을 향해 사격한 뒤 정체성 혼란을 겪는 장면이나 베트콩인 썽이 가족과 이데올로기 가운데 양자택일을 놓고 고민하는 것 정도다. 하지만 이 역시 너무 많이 나왔던 얘기다.

‘천국의 눈물’이 서사의 문제점을 방치한 채 객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김준수 팬덤을 바탕으로 한 국내 평가에 의존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데이비드 갈로의 천재적 무대 연출은 단연 눈에 띈다. 바닥의 LED와 천장에 달린 세 개의 천, 텅 빈 흰색 배경을 레이저 등으로 채워 가는 장면 전환은 압권이다. 하지만 ‘미스 사이공’에 등장하는 실제 규모의 헬기 신과 비행기 꼬리 그림만 덩그러니 등장하는 공항 신을 비교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

김청환 기자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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