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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의 감초' 희토류… 바다 속에서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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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의 감초' 희토류… 바다 속에서 캔다?

입력
2011.02.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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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와 반도체, 레이저, 카메라, 캠코더, 광섬유, 텔레비전을 만드는데 필요한 공통 재료, 바로 희토류(稀土類)다. 말 그대로 땅속에 묻혀 있는 희귀한 원소들. 워낙 소량씩 쓰이는 데다 중국이라는 최대 생산지가 버티고 있어 지금까진 크게 이목을 끌지 못했다.

그 희토류가 최근 세계 자원전쟁의 핵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중국이 수출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뒤부터다. 14일 서울 중구 충무로 세종호텔에서 ‘희토류 자원, 그리고 바다’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희토류 자원전쟁의 승패는 이제부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산은 대부분 가벼운 희토류

국내에서 희토류 존재가 확인된 지역은 강원 홍천과 충북 충주가 대표적이다. 경북 울진과 충북 단양, 전북 무주도 정밀탐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 희토류 사용량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진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금속회수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홍천이나 충주 광산이 개발되면 국내 수요의 상당 부분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희토류는 원소를 특성에 따라 배열해놓은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57인 란타넘부터 71인 루테늄까지의 15개 원소와 스칸듐, 이트륨을 합한 17개 원소를 말한다. 주기율표에선 보통 원자번호가 작을수록 가볍다. 17가지 가운데 국내 광산에 묻혀 있는 희토류는 가벼운 경(輕)희토류(란타넘, 세슘,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가 약 95%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희토류는 국내 매장량이 사용량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전문가들도 아직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형광체에 많이 쓰이는 이트륨은 국내에 많지 않다.

광산을 실제 개발하기까지 거쳐야 할 난관도 여럿이다. 이 연구원은 “주변 도로나 하천 등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상업화를 위해 채취 규모도 확대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토류도 심해저 자원

심해에 있는 망간단괴나 망간각 속에도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간과 철 규산 같은 성분이 심해 바닥에 덩어리로 뭉쳐 있는 게 망간단괴, 해저산 표면에 단단하게 덮여 있는 게 망간각이다. 박상준 한국해양연구원 심해해저자원연구부 선임연구원은 “바닷속 희토류는 육상에 비해 지역별 품위 편차가 덜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광석을 캐냈을 때 거기 들어 있는 성분 중 불필요한 성분 대비 필요한 성분의 비율을 품위라고 한다. 육지에선 특정 지역에서 품위가 높은 샘플이 나왔어도 바로 옆을 캐 보면 품위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심해에선 이런 차이가 육지만큼 크지는 않다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것만 보면 희토류 광산으로 개발할 지역을 탐사하기엔 육지보다 오히려 심해가 낫다.

그러나 광산 개발의 선행 조건은 경제성. 상업적인 목적으로 망간단괴를 채취한 예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없다. 심해 광산 개발은 당연히 육지보다 훨씬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자원 수급 및 가격 동향 변수를 전제한 뒤 “이르면 수년 내에 구리나 납 아연 코발트 니켈 같은 자원을 바닷속에서 채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때 희토류도 함께 채취한다면 경제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활용 분야 다양한 까닭

희토류가 반도체와 전자기기,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미래 첨단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재료로 각광받는 이유는 고유의 성질 때문이다. 일반적인 원소는 다른 원소들과 섞여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 일부 변화가 생긴다. 그러나 희토류는 어떤 물질과 섞여도 자신은 변하지 않고 그 물질의 특성을 향상시켜준다.

예를 들어 나트륨과 염소가 만나면 나트륨은 전자를 하나 잃고 염소는 하나 얻으며 합쳐진다. 이때 두 원소 일부가 겹치기 때문에 각각의 지름을 합한 길이보다 전체 길이는 작아진다. 이에 비해 희토류는 주변 다른 원소를 살짝 밀어내고 빈 자리에 그대로 끼어들어간다. 이렇게 들어가 원소들 배열을 미세하게 바꾸면 새로운 물리화학적 특성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어떤 재료를 만나느냐에 따라 희토류는 활용 분야가 다양하다. 세륨은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매끈하게 하는 연마제로 쓰인다. 네오디뮴으로는 레이저 빛을 만들고, 마그네슘에 섞으면 강도가 높아진다. 유리에 란탄을 첨가하면 굴절률이 향상되고 빛이 덜 퍼져 카메라 렌즈 재료로 좋다. 광섬유에 에르븀을 미량 넣으면 데이터 손실이 줄어든다.

희토류 광석 1kg을 채취하면 불순물을 뺀 진짜 희토류는 0.2g 정도. 처음엔 여러 희토류 원소가 섞여 있는 상태다. 여기서 원소를 하나씩 분리해내야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원소들이 워낙 단단히 붙어 있어 아직까지 100% 순수한 분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택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장은 “희토류 한 원소가 재?특성을 변화시키는 건지, 여러 원소가 있어야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 건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희토류 덩어리에서 네오디뮴을 분리해 마그네슘 강도를 높였을 때 네오디뮴 혼자 강도 향상에 기여한 건지, 분리한 네오디뮴에 미량 섞여 있는 다른 희토류 원소들과 상호작용한 결과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국내에는 희토류 전문가가 많지 않아 일본 등 희토류 산업화 연구 선진국에 비해 기초연구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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