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를 쏙 빼 닮은 자문형 랩어카운트(자문형 랩)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적립식 자문형 랩은 한꺼번에 큰 돈을 넣어두는(거치식) 통상적인 자문형 랩과 달리, 매달 일정액을 납입ㆍ적립하는 방식. 증시 하락장에서는 주식을 더 많이 사고 주식이 비쌀 때는 적게 사는 방법으로 주식의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적립식 펀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매입 단가가 낮아지면 주가가 처음 가입할 때만큼 회복되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고 거액을 한꺼번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포문을 연 곳은 역시 자문형 랩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케이원투자자문의 자문을 받아 적립식으로 운용하는 ‘세이브업 포트폴리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매월 100만원 이상(최소 가입금액 1,000만원) 꾸준히 납입하면 되는 이 상품은 한꺼번에 목돈을 넣는 것이 부담스러운 고객층을 공략했다. 거액 자산가가 주류였던 자문형 랩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개방한 것.
이에 맞불 작전을 펼쳐야 하는 후발주자들은 유사상품을 출시하면서, 최소가입 금액과 수수료를 대폭 낮춰 진입장벽을 허무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투자증권은 18일부터 적립식 상품인 ‘빌드업 자문형 랩’을 판매 중인데 최초 가입금액 500만원, 월 납입액은 50만원 이상으로 삼성증권(최소 가입액 1,000만원, 월 납입액 1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 문성필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올해 국내 증시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을 것에 대비해 적립식 투자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싶어하는 고객을 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도 28일부터 ‘QnA 적립식 투자자문랩’과 ‘QnA ETF 자문형 적립식랩’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인데, 최저가입금액이 각각 100만원과 30만원으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대우와 미래에셋, 하나대투증권 등도 관련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펀드 유사 상품까지 내놓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방증. 업계는 올해 자문형 랩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3배 이상 커져, 15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잠재적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품을 다양화하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은 증권가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양적(고객 유치) 성장이 질적(맞춤형 자산관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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