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심하다. 지상파TV가 왜 이 모양인가. 자존심도 공영성도 보이지 않고, 독창성도 팽개쳤다.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를 끈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모방이나 하고, 모든 오락 프로는 아이돌 가수를 거느린 연예기획사의 사유물이 된 지 오래이고, 드라마는 짜증 날 정도로 천편일률이다. 방송의 정체성도, 균형과 책임감도, 아이디어도 없다. 수신료를 1,000원 인상해 공영방송으로서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KBS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판국에 종편이 생기면 뭐하나. 다양성은 뒷전이고,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싸구려 자극으로 난리를 칠 게 뻔한데.
■ 요즘 시청자들은 짜증나고 괴롭다. 어디를 틀어도 같은 얼굴, 같은 이야기에 뉴스조차도 쇼가 되고, 자사 아나운서 채용까지 오락화하면서 개인의 사생활과 인격까지 멋대로 하는 노예계약까지 봐야 하는 3중고(三重苦)에 시달린다. 먼저 오락 프로그램을 보자. 어쩌면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여기저기 특정인물이 동시에 나오는지. 에 나오면 하루 이틀 뒤에는 에 나오고, 에 나온다. 그들이 하는 얘기란 하나같이 껄렁하고 전혀 알고 싶지 않은 신변잡담이나 유치한 게임, 아니면 아이돌 가수의 자기홍보다.
■ 아이돌 가수로 TV 채우기의 절정은 지난 설 연휴였다. 거의 모든 특집을 그들의 본업인 노래와 춤이 아닌 어설픈 재주로 채웠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MBC가 이틀에 걸쳐 국제대회인 양 판을 벌인 아이돌 스타 육상ㆍ수영 선수권대회였다. 아이돌 가수들이 오락프로에서 중복적으로 어설픈 개인기와 멤버와 소속사 이야기, 자기 노래 반복을 일삼는 것도 수상하고 역겹다. 물론 요즘은 가수들도 노래만으로 생존할 수 없고, 다양한 예능을 보여주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기본도 못 갖춘 아이돌까지 '인기'라는 핑계로 마구 출연을 배려하는 의도는 뭔가.
■ 드라마도 심각하다. 몇몇 타고난 연기력을 가진 아이돌 가수를 제외하고는 어색한 연기와 '책 읽기 식' 대사로 극의 리얼리티를 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10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얄팍한 상업성이다. 얼마 전 끝난 KBS2 는 아예 아이돌 가수로 도배를 했다. 게다가 세상에 무슨 출생의 비밀이 그렇게 많은지, 모든 드라마가 유행처럼 난리다. 에서 까지. 여기에 성형수술로 이상하게 얼굴이 바뀐 연기자들을 봐야 하는 혼란과 역겨움. 정말 TV 공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