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공식 집계한 구제역 발생 건수는 20일 현재 149곳. 2차 백신접종을 거의 마무리한 소는 18일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고, 돼지도 발생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때문에 "구제역도 이제 소멸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구제역 중간집계(15일 현재) 결과 가축을 살처분한 5,472개 농가 가운데 3,447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 발표 수치보다 무려 23배 이상 많은 것. 게다가 살처분 가축수는 지금도 계속 전국적으로 1만 마리 이상씩 늘고 있다. 구제역은 계속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농식품부와 수의과학검역원의 통계에선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나아가 구제역은 정말 진정 단계에 접어든 것일까, 아니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농식품부는 당초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을 때만해도 새로운 농장에서 구제역이 확인될 때마다 건수를 추가해 발표했다. 그러다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자 시군 단위로 묶어 발표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즉, 이동제한 등으로 묶인 동일한 방역대 내에선 새로 발생하더라도 건수를 추가하지 않고, 대신 매몰 가축 수만 계산해 발표해 온 것이다. 예컨대 13일 충북 청주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지만, 이미 발생한 청원군과 같은 방역대에 속하기 때문에 통계상 발생건수로는 잡히지 않는 것이다.
위험지역(반경 500m, 돼지는 3㎞) 안에서 예방적 살처분된 가축의 시료를 정밀 검사했을 때 양성으로 확인된 것도, 매몰 가축 수에는 포함하지만 농식품부의 발생건수 통계에서 제외된다. 이밖에 ▦입이나 코 주변에 수포가 생기거나 ▦피부가 벗겨지고 ▦발굽이 빠지는 등 명백한 구제역 임상증상이 확인될 경우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즉각 구제역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정부집계 발생건수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미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에서 추후에 다시 구제역이 발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통계적 누락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하는 발생건수 통계만으로, 구제역 확산과 진정여부를 판단해선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농식품부가 설 연휴 이후 지금까지 발표한 구제역 발생건수는 ▦대전(14일) ▦경북 청도 ▦충남 태안(이상 18일) 등 3곳 뿐이다. 하지만 이 기간 전국적으로 매일 20개 남짓한 농가에서 가축 1만~3만 마리가 계속 살처분 되어 왔다. 전체 살처분 가축수는 지난 9일 325만 마리에서 20일엔 339만 마리로 늘어나는 등 최근 11일 사이 14만 마리나 새롭게 구제역이 발생해 매몰처분 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빈도는 뜸해지고 있지만 충남, 경남 등은 아직도 구제역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통계상 오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정리해 발표할 것"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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