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소재 도민저축은행도 결국 영업정지 대열에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사상 초유의 '자체 휴업'까지 단행하면서 버틴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전날 대기표를 받았는데도 23일 자체 휴업과 연이은 영업정지로, 결국 돈을 찾을 수 없게 된 예금자만 또다시 큰 피해를 입게 됐다.
도화선이 된 것은 도민저축은행이 22일 오전 금융당국과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영업점에 안내문을 붙이고 "당분간 지점 문을 열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부터. 전날 예금인출을 위해 번호표를 받은 고객들에게는 "금융감독원에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는 24일전까지 이틀간 쉴 예정"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알아서 자체휴업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금융당국은 "전례가 없는 황당한 행태"라며 영업 재개를 압박했다. 불복하던 도민 측은 오후 늦게 "23일부터 영업을 재개하겠다"는 새로운 안내문을 붙이면서 "1인당 500만원 한도 내에서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이날 저녁 긴급 회의를 열어 결국 도민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애초 영업정지 아닌 영업재개 명령을 내리는 것도 검토했으나, 이미 자체 휴업으로 유동성 고갈사실이 공개된 이상 문을 열어봤자 곧바로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이 벌어져 어차피 영업정지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만약 도민 측이 1인당 500만원씩만 지급하는 변칙 영업을 하면 고객의 인출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게 된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대기번호표만 받은 뒤 이날 찾아왔다가 자체 휴업에 발길을 돌렸던 예금주들은 영업정지까지 내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춘천 본점에 수천만원을 예치한 한 고객은 "30년간 거래해 왔지만 이런 한심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도민저축은행은 지난 17일 금융위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5% 미만 은행을 공개하면서부터 연일 예금인출에 시달렸다. 금감원은 "도민 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BIS 비율을 4.16%로 공시했으나, 지난달 금감원 검사 결과 실상은 -4%대였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뱅크런도 심각했지만 이미 부실이 심화돼 예금자 신뢰를 얻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도민을 제외한 다른 저축은행들은 뱅크런 우려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날 전국 저축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액은 총 2,200억원으로 전날(4,900억원)의 절반 이하였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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