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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의 '달인' 무일푼으로 우량 코스닥 업체 인수후 어음·대출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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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의 '달인' 무일푼으로 우량 코스닥 업체 인수후 어음·대출 남발

입력
2011.02.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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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실한 코스닥업체를 무일푼으로 인수해 수개월 만에 빈껍데기 회사로 만든 금융사기꾼이 도피 중 붙잡혔다. 자금을 마구잡이로 빼돌려 회사에 수백억원대의 피해를 입혔고, 그 사이 회사는 상장 폐지돼 현재 파산 위기에 처했다. 수사기관과 금융당국은 이 사건을 "금융사기의 결정판"이라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이던 중앙바이오텍 전 대표 황모(52)씨가 서울시내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도 황씨에 대해 여러 차례 내사를 진행했지만 행방이 묘연해 잠시 손을 놓고 있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황씨의 사기 행각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기, 문서위조 전과가 있던 황씨는 김모씨에게 접근해 자신이 미국 유학파로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근무했다며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친동생을 잘 안다"고 속여 김씨의 사무실을 임대, 2억원을 챙겼다. 돈을 갚으라는 김씨의 독촉에 "조만간 큰 돈을 벌어 나중에 갚겠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7억원을 더 가로챘다.

황씨의 대담한 금융범죄는 우량 코스닥업체 중앙바이오텍을 인수하면서 본격화했다. 이 회사는 동물용 의약품과 사료첨가제 시장에서 줄곧 2, 3위권을 유지했고 1997년 IMF 위기 때도 부채 없이 탄탄한 수익구조를 가졌던 우량회사로 2000년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하지만 2008년 9월 황씨를 새 주인으로 맞아들이면서 이 회사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채시장에서 빌린 돈으로 회사를 장악한 황씨는 측근들을 이사로 등재시킨 후 단기간에 회사 돈을 빼먹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했다. 황씨는 회사 인수 직후인 2008년 10월 자본잠식 상태인 A기업에 회사 돈 43억원을 담보도 없이 빌려줘 결국 회수하지 못했다. 한 달 후에는 서울 사옥과 안산 공장을 담보로 은행에서 40억원을 빌린 후 해외 골프장 건설비용 명목으로 B기업에 빌려줬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이런 대출은 있을 수 없으며 자금 대여를 구실로 회사 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단기대여금 내역에 따르면 황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또 다른 회사에 22억원을 대여해 주는 등 회사 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했다. 외상 매출금 수십억원도 상당 부분 회수, 현금화해 빼돌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돈을 더 챙길 방법을 찾던 중 황씨는 회사 명의로 어음을 남발, 100억원을 넘게 챙겼다. 어음 만기일에 소지인이 지급을 요청하면 어음이 위ㆍ변조됐다며 오히려 회사로 하여금 소지인을 고소하도록 해 은행의 당좌거래 정지 처분을 면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과 측근들이 보유 중인 회사 주식을 매각하려다 실패한 후 도피 생활을 해왔다.

황씨는 회사에 있을 때 법인카드로 매달 1억5,000만원 가까운 돈을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 그가 흥청망청 돈을 쓰는 동안 회사 매출은 곤두박질쳐 지난해 4월13일 상장폐지 됐으며 직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 관계자는 "황씨 때문에 우량회사가 순식간에 완전히 망가졌으며 직원들은 피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회사는 현재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사기 등의 혐의로 황씨를 구속했으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와 형사7부는 황씨가 빼돌린 돈이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또 황씨가 어음 소지인을 고소한 행위가 무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부분도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황씨가 횡령한 재산 일부를 타인 명의로 은닉했거나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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