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단의 원로 김규동(86ㆍ사진) 시인의 시 432편을 모은 (창비 발행)이 출간됐다.
1948년 ‘예술조선’에 시 ‘강’을 발표하며 등단한 후 60여년간 발표한 9권의 시집과 최근 ‘창작과 비평’2010년 겨울호에 실은 ‘편지’ ‘경고’까지 그의 평생에 걸친 시 세계와 시인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았다.
1925년 함경북도 종성에서 태어난 시인은 1948년 김일성종합대를 중퇴하고 38선 이남으로 내려왔다. ‘후반기’ 동인으로 모더니즘 운동에 참여한 초기에는 전후 피폐한 인간상과 야만적인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을 주지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고교 시절 은사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김기림 시인의 영향이었다.
이후 신문사와 출판사 등에 근무하며 시와 거리를 두는 듯했던 그는 군사정권 시절인 1970년대 백낙청 고은 박태순 등과 함께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현실비판적인 시로 문단의 중심에 섰고 남북 분단의 비극과 통일에 대한 열망도 드러냈다. 모더니즘에서 리얼리즘의 세계로 넘어왔지만 냉철한 이성을 잃지 않으며 시적 성취를 이뤘다는 평가다. 시집에는 김기림 박봉우 오장환 박인환 김수영 천상병 등 한 시절을 함께 보낸 문인들에 대한 추억도 많이 담겨 있어 문단사의 뒷면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등을 지냈으며 은관문화훈장과 만해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폐렴과 노환으로 자택에서 와병 중인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전집이란 대시인, 대작가의 몫이다. 군소 시인에게 그런 책은 당치 않다”고 자신을 낮추며 “생각이 그랬으나 집안의 아이들이 서둘러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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