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당국이 32년만에 시리아로 향하는 이란 군함의 수에즈 운하 통과를 허용해 이스라엘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군 전략시설로 이용했던 미국도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하야 이후 벌써 영향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란 군함 2척은 21일(현지시각)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수에즈 운하 운영 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이집트군이 이란 군함을 상대로 통상적인 검색절차를 거쳐 불법 선적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통과를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란 군함의 수에즈 운하 통과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내각 회의에서 이란이 이집트 불안정을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이란의 군함 움직임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무바라크 하야 이후에 생겨난 변화에 주목하며 앞으로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현재 걸프만 인근 기지에 배치된 미군은 이라크 주둔군(5만명)을 제외하고도 2만7,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미국에 우호적인 중동 각국에 주둔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공군 기지나 운하 등을 이용할 때 혜택을 받아 온 게 사실이다. 이러한 중동지역의 친미 정권 붕괴로 미국의 영향력이 떨어지면 미군의 전력 손실이 상당할 것이라고 미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미 싱크탱크인 랜드 코포레이션의 데이비드 애런 연구원은 "미군이 수에즈 운하나 이집트 영공을 예전처럼 수월하게 이용할 수 없게 될 경우 미군의 기동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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