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의 잇따른 민주화 시위로 인터넷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죽(竹)의 장막’중국에도‘재스민 혁명’의 열기가 전해지고 있다.
미국에 인터넷 서버를 두고 있는 중문사이트 붜쉰(博訊)과 트위터와 유사한 중국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웨이보(微博) 등을 중심으로 20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13개 주요 도시에서 ‘중국 모리화(茉莉花: 재스민) 혁명’을 이끌자는 시위집회 선동 글들이 19일 급속히 퍼지면서 중국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 민주화 세력이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이 글들은 구체적으로 출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당신이 억울한 사연을 가진 ‘상방자(上訪者: 민원인)이거나, 직업을 잃은 노동자, 강제 철거를 당한 힘없는 시민, 공산당원 혹은 단지 구경꾼이든 상관하지 않고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의 일당독재를 끝내기 위한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자유를 요구하자”고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 오늘 구체적인 시위 구호들로는 ‘우리는 공의(公義)를 요구한다’, ‘일당독재를 끝내라’, ‘언론에 대한 압살을 풀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한다’ 등의 문구가 제시됐다.
특히 이 글들은 지역별 시위 장소와 시간, 요구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한데다 치솟는 물가와 집값 등 서민들의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어 공안 등 관련 당국은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엄정대처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는 공안들이 인터넷 선동 글을 본 네티즌이 오프라인 시위를 벌일 것에 대비해 경계경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저우(杭州)에 거주하고 있는 한 네티즌은 19일 웨이보에 재스민 혁명에 관한 글을 올렸다가 현지 공안에 의해 구금됐다고 홍콩 밍바오(明報)가 20일 보도했다. 베이징의 인권운동변호사인 장톈융(江天勇)도 이날 공안에 의해 동생의 아파트에서 강제로 연행됐으며 쓰촨(四川)성의 저명가 인권운동 블로거 랑위페이(冉雲飛)와 상하이 인권운동변호사 리톈톈(李天天) 등도 공안에 소환됐다. AFP 등 외신은 이번 사건과 관련, 지금까지 15명이 행방불명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조치도 강화됐다. 시나닷컴 등 중국 주요 포털 검색사이트와 웨이보의 검색창에서는 20일 현재 영어 단어 ‘jasmine’이나 ‘jasmine revolution’ 등이 검색되지 않고 있으며 ‘모리화(茉莉花)’나 ‘모리화 혁명’, ‘혁명’ 등과 같은 중국어 단어 역시 검색되지 않고 있다.
한편 베이징의 행위 예술가인 뭐즈쉬(莫之許)는 이번 사안을 “중국 민주화를 위한 행위예술”이라고 규정하면서 “중국 사회 주류층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사회의 개혁을 원하고 있을 뿐 사회충돌을 원치 않고 있어 중국에 불고 있는 ‘재스민 혁명’열기는 중국 정부의 변화를 요구하기 위한 자극제”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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