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印尼특사단 숙소 침입/ 국정원·국방부 방산수출싸고 '功 다툼'說도
알림

印尼특사단 숙소 침입/ 국정원·국방부 방산수출싸고 '功 다툼'說도

입력
2011.02.20 07:09
0 0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를 침입하는 무리수를 둔 배경에 대해 의문이 꼬리를 문다. T-50 고등훈련기 수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 하기 위해 상대방의 전략을 파악하려 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국정원 요원들의 행위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정보당국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이 발생하고 외부로 알려진 결정적 원인으로 국정원과 국방부 간 알력과 갈등에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T-50의 수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 때문에 정보기관들이 서로 공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이번에 방한했던 인도네시아 특사단과의 협상에 그 성패가 달렸다고 알려지면서 기무사로 대표되는 국방부와 국정원 사이에 물밑 정보 경쟁이 만만치 않았다는 설명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방문을 앞두고 협상 전반에 개입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주무 부서인 국방부가 신경을 곤두세웠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다른 무기에는 관심이 있지만 당초부터 T-50을 구매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괜히 우리끼리 난리를 치다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걸음 나아가 원세훈 국정원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정보위에서 "북측이 서해5도 공격명령을 내렸고 이를 감청을 통해 미리 파악했다"고 말하면서 국방부와 국정원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이 같은 갈등이 이번 사건의 계기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아마추어 같은 첩보활동도 문제지만, 허술한 뒷수습에 더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정보기관의 첩보 활동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특사들도 외국에 가면 도청, 미행을 당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며 "문제는 어떻게 해서 음지의 공작이 만천하에 다 드러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막전막후에 보여준 우리 기관들의 움직임을 되짚어 보면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작전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 직후에라도 국정원 국방부 경찰 등 우리 정부 기관들이 일사불란하게 대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는 그 반대였다. 이번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주체는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무관이었다. 또 경찰은 "국정원 직원이 경찰서를 찾아와 보안 유지를 요청했다""국정원이 수사자료들을 갖고 갔다" 등의 얘기를 언론에 쏟아냈다.

사건이 불거진 데에는 국정원 내부의 갈등이나 여권 내부의 권력 싸움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는 2009년 초 취임한 뒤 이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해온 원세훈 국정원장을 겨냥하고 있다. 원 원장이 일반 행정조직의 성과주의를 도입해 강력히 추진해 온 데 대한 내부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원 원장의 잦은 인사와 보직 변경 등에 불만을 가져온 국정원 내부의 일부 세력에 의해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졌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국정원 관련 정보가 잇달아 외부로 유출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국회 정보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정원이 이번에 내부적으로 정보 유출 경위 조사에 나선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또 원 원장의 경질을 바라는 여권 일부 세력이 이번 사건을 흘리고 확대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