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침입 사건 최초 신고자인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무관인 문모 대령이 사건 당일인 16일 밤 경찰에 사건을 신고한 뒤 군 지휘부에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국방부는 16일 자정께 무관으로부터 전화보고를 받고 사건을 최초 인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21일 "우리 무관이 사건을 군에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지휘계통의 일부에게만 보고 사실이 전해져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문 대령이 16일 지휘계통에 사건 개요는 보고했지만, 자신이 경찰에 신고한 사실은 21일에야 알렸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설명에 따라 당일 상황을 재구성 하면 이렇다. 16일 특사단과 동행한 문 대령은 오후 8시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환송했다. 이후 서울로 돌아오는 차에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의 무관과 동승했다. 두 사람은 특사단 의전을 맡기 위해 각각 양국 군에서 파견된 터라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서울로 향하던 차 안에서 인도네시아 무관의 휴대폰이 울렸다. 특사단 관계자가 자국 무관에게 사고내용을 알린 것. 전화를 끊은 무관이 문 대령에게 "일행이 노트북을 잃어버릴 뻔했다"는 통화내용을 알렸다. 문 대령은 이때 사건 내용을 처음 인지했다고 한다.
오후 9~10시께 두 사람이 탄 차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도착했다. 인도네시아 무관은 상황파악을 위해 1916호로 향했고, 문 대령은 미리 약속된 인도네시아 특사단 사무차관과의 미팅을 위해 호텔 내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미팅 중 인도네시아 무관이 문 대령에게 전화해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와서 도와달라"고 했다. 문 대령은 호텔 1층 로비에서 인도네시아 무관을 만났다. 인도네시아 무관이 "언어가 안 통하니 대신 경찰에 신고를 해달라"고 말했고, 문 대령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112에 전화를 걸어 신분을 밝힌 뒤 침입사건을 신고했다.
군 관계자는 "문 대령은 단순히 신고를 대신 해줬다고 여겼고 신고사실을 따로 보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라며 "이번 특사단에서 방산기밀이 논의될 여지가 없었던 만큼 이런 처신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정원 개입을 알고도 신고해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너무 소설을 크게 쓴다"고 일축했다. 그는 "주요사안은 헌병에 신고부터 하는 것이 군의 기본인데, 가벼운 사건이라 여겼으니 신분까지 밝히며 112에 신고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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