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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Time Train'으로 방한 日 미디어아트 작가 미야지마 타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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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Time Train'으로 방한 日 미디어아트 작가 미야지마 타츠오

입력
2011.02.2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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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디어아트 작가 미야지마 타츠오(宮島達男ㆍ54)의 작품은 흥미롭다. 숫자 1에서 9까지 명멸하는 발광다이오드(LED) 숫자판이 물에 찬 일본 다다미방에 둥둥 떠다니는가 하면 장난감 자동차 위에 들러붙어 시선을 끈다. 이뿐 아니다. 인체에 보디페인팅으로 숫자를 그리기도 하고, 심지어 직접 숫자를 외치는 사람을 찍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는 어김없이 숫자가 등장한다. 1에서 9까지의 숫자는 곧 시간이다. 시간의 흐름은 산 사람의 몫이다. 숫자 0과 꺼진 불은 죽음을 의미한다.

국내에도 그의 작품이 소개된 적이 있다. 2004년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개관 당시 군인 임산부 등 다양한 사람들을 참여시켜 자신의 시간을 표현하도록 했다. 예컨대 시간이 빨리 흐르길 원하는 군인과 임산부는 1초 단위로 숫자가 변했고, 비교적 시간이 느리게 가길 원하는 중년층은 숫자 변화 속도가 1분 안팎이었다. 그는 또 2008년 6월 한국인 10명과 함께 임진각을 방문해 이들의 팔이나 얼굴 등 신체 일부에 보디페인팅으로 1부터 9까지 그린 뒤 사진인 ‘Counter skin at 38 in South Korea’을 찍어 화제가 됐다.

이번에는 숫자 번호판을 단 기차를 들고 국내를 찾았다. 그의 ‘Time Train’전이 25일부터 5월 1일까지 서울 한남동 꼼데가르송 한남Six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에 앞서 ‘세계 현대미술 현장에 있어서 아시아 네트’라는 주제로 서울 종로구 홍지동 상명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가한 그를 만났다.

_이번에 보여줄 전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운행됐던 증기기관차를 그대로 모형으로 만들었다. 이 기차에 1부터 9까지 숫자를 나타내는 LED 디지털카운터를 부착하고 출발역에서 종착역으로 끊임없이 운행되게 할 예정이다.”

_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역사의 암울했던 상징인 기차와 시간의 흐름, 미래를 나타내는 숫자를 함께 결합한 것이다. 관객들은 역사적 공간과 미래의 기억 사이를 자유롭게 여행하며 이 기차의 도착지가 어디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될 것이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분단국가 한국인들도 역사와 현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_숫자는 어떤 의미인가.

“숫자는 변화하는 것을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다. 숫자 0은 인간의 죽음을, 나머지 숫자의 변화는 인간의 삶을 의미하고, 둘을 연결해 끊임없이 우리의 삶과 죽음을 이어 가는 작업을 한다.”

_백남준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백남준이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긴 했지만 그와 나는 아시아인이고, 작품에 아시아 코드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듯 하다.”

_아시아 코드가 뭔가.

“쉽게 말해 Art in You의 개념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모든 사람이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만 존재한다면 예술은 존재할 수 없다. 보는 사람이 존재해야 예술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훌륭한 작품을 보면 누구라도 감동을 느끼듯이 모든 사람이 예술(미)를 만들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고, 이는 마음(본성)일 것이다. 최근 서양에서 소셜네트워크가 활성화했다. 소셜네트워크의 가장 큰 특징은 안에 지배자(왕)가 없다는 것이다. 평등하다는 얘기다. 근데 이 소셜네트워크의 개념이 아시아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뤄져 왔다. 백남준도 네트워크를 한참 이전부터 강조해 오지 않았나. 예술가와 일반인의 구별이 없고, 누구나 예술에 참여하는 것 그게 아시아 코드다. 내 작품 상당수도 관객이 참여할 수 있고, 또 관객에게 여지를 제공한다.”

_향후 작품 활동 계획은.

“일단 한국과 스위스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내년 소마미술관에서 ‘아시아 코드’를 주제로 아시아 작가 특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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